파주시대

<인터뷰>-“웃음으로 편견을 넘다” ...파주 청년 코미디언 한기명의 유쾌한 도전

입력 2026.04.21 23:16수정 2026.04.22 00:26파주시대 기자11

● 무대 위에서는 ‘뻔.장.코’… 웃음으로 세상을 바꾸다

파주시 금촌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청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한기명. 지금 그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는 길을 걷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직업이지만, 그에게는 삶 그 자체다. 웃음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무대 위에서 풀어내는 그는 오늘도 관객 앞에 선다.

무대에 오른 그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뻔뻔한 장애인 코미디언입니다.” 순간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조금은 낯설 수 있는 단어 선택이지만, 그의 입을 통해 나오면 분위기는 금세 부드러워진다. 그가 가진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불편할 수 있는 소재를 편안하게 풀어내는 능력. 그리고 그 끝에는 늘 공감이 남는다.

사진 속 그의 모습처럼, 과장된 표정과 몸짓은 이미 하나의 ‘무기’다. 한쪽 손을 능청스럽게 내밀며 던지는 한마디, 일부러 더 크게 표현하는 표정 하나까지도 모두 계산된 웃음이다. 관객은 그를 보며 웃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게 그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의 삶이 처음부터 웃음으로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 7세 교통사고 후 장애… “포기 대신 잠시 쉼”

일곱 살 때,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태권도장 차량에서 내리던 순간 차량이 출발하면서 큰 사고를 당했고, 이후 6개월 동안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처럼 지냈다. 긴 시간 끝에 눈을 떴을 때, 그가 처음 본 것은 “개그 콘서트”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그 짧은 장면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저도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품은 이 단순한 꿈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또렷해졌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그때만 해도 친구들과 큰 문제 없이 지냈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일반계 학교의 특수학급을 다니다 보니 정상적인 친구들의 이유 없는 놀림, 괴롭힘, 그리고 차별적인 시선이 그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또래들 사이에서 ‘다른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힘들면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잠깐 쉬면 됩니다.” 그의 말은 가볍지 않다.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 사회에 첫발... 꿈을 향한 도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그는 곧바로 사회에 나섰다. 주민센터에서 장애인 일자리로 근무했고, 도서관에서는 보조 사서로 일하며 사회 경험을 쌓았다.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사회인’으로서의 기반을 다져갔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늘 무대가 있었다. 웃음을 주고 싶다는 꿈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결국 그는 행동에 나섰다. 2018년, SNS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오픈 마이크’ 모집 공고를 본 그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누구나 설 수 있는 작은 무대였지만, 그에게는 인생의 출발점이었다. 마이크를 잡고 관객 앞에 선 순간, 그는 확신했다. ‘이 길이 내 길이다.’

● 남다른 코미디... 그만의 페이소스와 열정

그의 코미디는 특별하다. 자신의 장애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소재로 활용한다. “제가 이렇게 비틀거리니까 사람들이 물어봐요. ‘술 드셨어요?’ 아니요… 저는 비틀림이 기본 옵션입니다.” 객석은 웃음으로 가득 찬다.

다른 무대에서는 장애가 있는 자신의 오른쪽 팔을 ‘토미’라고 부르며 말한다. “이 친구는 제 말을 잘 안 들어요. 가끔 ‘토미, 인사해’ 하면, 그냥 팔만 제멋대로 덜렁덜렁… 아! 오늘은 토미가 ’기분이 안 좋은가 보다‘하고 넘어갑니다.”이런 유머는 단순한 개그를 넘어선다. 관객은 웃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아, 장애라는 건 이렇게 일상적인 거구나’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관객의 시선을 바꾸기 때문이다. 동정에서 공감으로, 거리감에서 이해로, 그의 코미디는 그 변화를 만들어낸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무대는 점점 넓어졌다. 공연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며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각종 행사와 공연 섭외가 이어졌다.

현재 그는 정기 공연을 진행하는 한편, 교육 현장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 개선 강연을 진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의 강연 주제는 단순하다. ‘끊임없는 도전.’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 편견과의 싸움... 웃음으로 승화

그는 ‘장애우’라는 말에 대해서도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장애우’라는 표현은 비하의 의도는 없는 것이 보통이나, 동정적, 시혜적 의미가 들어간 잘못된 표현이기에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장애인은 장애인입니다.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의 말에는 자신이 겪어온 시간과 사회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단어 하나에도 의미가 있고,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려운 식당, 불편한 시선, 무심코 던지는 말들. 그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나 싸우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웃음이다. “사람은 웃고 나면 마음이 열립니다.” 그의 말처럼, 웃음은 가장 강한 설득일지도 모른다.

● 파주 청년 코미디언 한기명... 오늘도 무대에 선다.

파주에서 태어나, 파주에서 성장한 청년. 한기명은 지금도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웃음은 가볍지 않다. 그 안에는 시간과 고통,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선택이 담겨 있다. 그는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 때문에 멈춰 있습니까?” 그리고 조용히 덧붙인다. “조금 쉬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마세요.” 그의 무대는 웃음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끝난다. 그리고 그 여운은 오래 남는다.

오늘도 그는 무대에 선다. 누군가를 웃게 만들려고 그리고 누군가를 다시 걷게 하려고 말이다.

▶ 한기명의 코미디 관련 동영상

사진, 글 / 한기명, 김명익 객원기자

파주시대 기자

댓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