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대

<인터뷰>-강희정면가(구 용궁칼국수)

입력 2026.05.14 22:02수정 2026.05.14 22:09김명익 객원기자 기자pajusidae@naver.com12

강희정면가(용궁칼국수 대표)가 파주 장단콩을 활용한 ‘밀가루 0% 장단콩면’ 요리를 직접 준비하고 있다. 10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장단콩면은 건강한 미래 식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공/강희정면가

“면 하나 바꿨을 뿐인데, 내 몸이 달라졌어요”

밀가루 없는 장단콩면으로 ‘미래 식문화’를 빚는 사람, 강희정 대표

강희정 대표는 10년간 외식 브랜드 ‘용궁칼국수’를 운영하며 직접 만든 면으로 수십만 명의 고객을 만나는 과정에서 “국수 한 그릇이 사람의 몸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과 끝없는 개발과 신념이 오는 5월 18일 한식문화에서 최고의 상인 ‘한식대가’ 상을 국회의원 회관에서 수상식을 갖는다.

이보다 앞서서는 지난해 12월 대한민국명인회에서 수여하는 ‘명인’ 인증을 받았으며, 같은 달 한국신지식인협회 ‘신지식인’ 인증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면으로 승부를 걸어 음식의 대가 반열에 올랐다. 그러면서도 강 대표는 ‘명장’ 칭호를 받는게 꿈이다.

이러한 가운데 용궁칼국숙가 강희정 대표의 이름을 딴 최근 ‘강희정면가’로 리브랜딩 해 상호변경을 했다. 다만 기사에서 상호 표기는 편의상 용궁칼국수로 한다.

■“국수 한 그릇이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누군가에게 국수는 흔한 한 끼 식사일 수 있다. 하지만 강희정 용궁칼국수 대표에게 국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기술이자, 지역 농업을 살리는 문화이며, 다음 세대에 남겨야 할 식문화 유산이다.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에서 ‘용궁칼국수’를 운영하는 강 대표는 지난 10년간 오직 한 가지 질문을 붙들고 살아왔다.

“밀가루 없이도 맛있고 건강한 국수를 만들 수 없을까?”

그 질문은 결국 대한민국 최초의 ‘밀가루 0%, 장단콩면’ 개발로 이어졌다. 수천 번의 실패와 실험 끝에 탄생한 장단콩면은 이제 단순한 지역 음식이 아니라 건강한 미래 식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 대표의 첫 직업은 요리사가 아니었다. 1980년대 서울일렉트론과 옵트로텍 등에서 CAD/CAM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정밀성과 시스템 사고를 배웠고, 이후 20여 년간 인쇄·기획·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사람들은 제가 처음부터 요리사였을 것이라고 생각들 하세요. 하지만 제 출발점은 요즘 뜨겁게 각광받는 반도체와 PCB 설계 기술자였습니다.”

인생의 방향이 바뀐 것은 가족의 건강 문제 때문이었다. 밀가루 음식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먹거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먹는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몸을 바꾸는 일이구나!”라고. 그 깨달음이 강 대표를 주방으로 이끌었다.

강희정면가(구 용궁칼국수) 전경. 사진/김영중 기자

■파주 장단콩에서 찾은 해답

강 대표가 선택한 재료는 파주의 대표 특산물인 장단콩이었다. 장단콩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영양학적 가치가 높지만, 면으로 만들기엔 쉽지 않은 재료다. 밀가루처럼 글루텐이 없어 쉽게 끊어지고, 수분 조절이 조금만 틀어져도 반죽이 무너진다.

대부분 포기할 문제였지만, 강 대표는 달랐다. “저는 요리가 아니라 ‘설계’라고 생각했어요.” 매일 배합비를 바꾸고, 수분 함량을 기록하며 그렇게 반죽과 숙성 시간을 데이터화 했다. 장단콩에 보리, 현미, 귀리, 상황버섯 등을 더하며 수백 번, 수천 번의 테스트를 반복했다.

그 결과 2019년, ‘장단 콩가루가 함유된 면류 제조 방법’에 관한 특허를 등록하게 됐다. “그날은 정말 울었습니다. 단순히 특허를 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손맛이 아니라 데이터에 의해 철저하게 설계된 면”

강 대표는 자기의 장단콩면을 ‘손맛’이 아닌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누구나 같은 품질을 낼 수 있어야 진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반죽, 숙성, 제면, 건조까지 모든 과정을 표준화했다. 누가 만들든, 언제 만들든 같은 맛과 식감을 구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같은 철학은 HACCP 인증으로 이어졌다. “건강한 음식은 좋은 재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하게, 꾸준히, 신뢰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고객들이 먼저 증명한 변화

강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고객들의 말을 꼽았다. “대표님, 면만 바꿨는데 속이 편해졌어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것이 강 대표를 버티게 한 힘이었다.

용궁칼국수를 찾는 고객들 가운데는 소화가 어려운 노년층, 밀가루를 부담스러워하는 중장년층, 건강식을 찾는 젊은 세대가 많다. 그들은 단순히 맛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고 있었다. “저는 국수를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식습관을 바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한 여성 기업인

강희정 대표의 도전은 개인의 성공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파주맛고을의 상가번영회 회장을 맡아 6년 동안 골목상권 활성화에 앞장섰고, 주민자치위원과 시민자문단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도 힘써왔다.

또한, 독거노인 무료 급식 봉사, 식생활 개선 캠페인, 청년 창업 멘토링 등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함께 성장하는 기업가’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공로로 국회의원 표창, 파주시장 표창, 경기도 표창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사람들이 ‘강희정 씨 덕분에 우리 동네가 더 좋아졌다’라고 말해줄 때, 그게 제게는 가장 큰 상입니다.”

■명인은 ‘명예’가 아니라 ‘책임’

강 대표는 ‘명장’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명인’이라는 이름을 명예로 생각하지 않는다. “명인은 자랑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개발한 장단콩면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는 창업 기술로, 여성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지역에는 지속 가능한 식문화 모델로 남기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저 혼자 잘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 기술이 오래 살아남아야 합니다.”

■“밀가루 이후의 시대를 준비합니다”

강 대표의 시선은 이미 미래를 향하고 있다. ‘제로면(Zero麵)’, ‘제로플래닛’, ‘우주식단’ 등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며, 더 나아가 글로벌시장까지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의 장단콩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로면은 강 대표가 특허를 출원한 제품이다.

그의 꿈은 단순히 국수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K-푸드’의 다음 장을 여는 것이다. 그녀는 이를 ‘밀가루 이후의 식문화’라고 표현했다.

강희정 대표의 손은 인터뷰 내내 분주했다. 말을 하면서도 면을 살피고, 재료를 다듬고, 직원들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그 모습은 요리사이면서 연구자였고, 기업가였으며, 무엇보다 장인이었다.

누군가는 국수를 만든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강희정 대표는 오늘도 한 그릇의 면으로 사람의 건강을 설계하고, 지역의 미래를 빚으며, 대한민국 식문화의 다음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한 가지 아주 단순한 질문이었다. “면 하나를 바꾸면, 사람의 삶도 바뀌지 않을까?” 강희정 대표는 지금도 자기의 삶으로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명익 객원기자

강희정면가 파주헤이리 본점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 59-52 / ☎ 0507-1445-8805

김명익 객원기자 기자
pajusid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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