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대

<기고>-건강보험 재정누수, 열쇠는‘특별사법경찰’도입이다

입력 2026.08.14 18:49수정 2026.08.14 18:49파주시대 기자16

서영대학교 사회복지행정과 임창주 교수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보편적 복지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 토대가 안에서부터 잠식되고 있다. 비의료인이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과 약국을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 때문이다.

불법개설기관이 위협하는 것은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국민은 자신이 찾아간 병원이나 약국이 불법개설기관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그 사실을 모른 채 진료를 받는다. 이들 기관은 환자의 치료보다 영리 추구를 앞세워 과다 처방과 과밀 병상을 운영하고, 비용을 아끼려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기도 한다.

국민이 스스로 피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국가가 나서서 걸러내는 것이 마땅하다. 불법개설기관 근절이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보호의 문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법개설기관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이며, 그 피해 규모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2009년부터 2025년까지 적발된 불법개설기관은 1,805개소에 이른다.

이들 불법개설기관이 지난 15년간 공단으로부터 부당하게 받아 간 청구액은 약 3조 5천억 원에 달하지만, 누적 징수율은 6.9%에서 8.8%에 불과해 미징수액만 3조 원이 넘는 실정이다. 받아내지 못한 이 금액은 결국 보험료 인상과 보장성 후퇴,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부채 전가로 국민에게 되돌아온다.

왜 부당하게 지급된 돈의 90% 이상을 회수하지 못하는가. 답은 '시간'에 있다. 공단은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더라도 수사권이 없어 수사기관에 의뢰할 수밖에 없고, 수사와 판결까지 평균 11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그사이 요양급여비는 계속 지급되고, 불법개설자는 자산과 실체를 은닉한다. 적발이 늦은 것이 아니라, 적발하고도 손을 쓸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 구조의 핵심에는 '정보와 권한의 분리'가 있다. 공단은 진료 내역과 급여청구 이력이라는 가장 결정적인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나 강제 수사권이 없고, 수사기관은 권한을 갖고 있으나 의료급여 체계에 대한 전문성과 데이터 접근성이 부족하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는 바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특정 행정 분야에 한하여, 그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자에게 수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선례도 있다. 업무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이유로 비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한 사례로 금융감독원 직원이 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는 거래 정보를 상시 축적해 온 감독기관이 직접 초동 수사에 나설 때 대응 속도가 달라진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법개설기관 수사의 구조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는 급여를 집행하는 기관이 수사권까지 갖는 것은 구조적 모순이며 비공무원 조직의 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수사권은 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원칙적 반론도 제기된 바 있다.

모두 경청할 만한 지적이다. 다만 이는 특사경 도입 자체를 부정할 근거라기보다,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설계는 이미 상당 부분 보완되어 있다. 발의된 법안은 수사 대상을 의료법과 약사법상 개설 자격 위반, 곧 불법개설 행위로 명확히 한정하고 있다. 일반 의료기관의 단순 청구 오류나 부당청구 일반은 대상이 아니며, 이 경계가 법률에 규정되는 한 전체 의료계가 상시 수사 대상이 된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여기에 공단이 준비 중인 특사경 수사단은 2029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두고 있다. 성과와 부작용을 실증적으로 검증한 뒤 존속 여부를 다시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대상의 엄격한 한정과 한시 운영이라는 두 장치가 함께 작동한다면, 특사경은 '공단의 권한 확대'가 아니라 ‘한정된 범위의 전문 수사 역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준비는 이미 마무리 단계다. 공단은 특사경 추진 전담 T/F를 운영해 왔고, 지난 5월에는 31명 규모의 수시 증원 승인도 받았다. 국회에도 여야 8개 의원실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두었다. 조직은 갖추어졌는데 법이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불법개설기관 근절은 새어 나간 재정을 되찾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이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그곳이 합법적으로 개설된 곳인지 따져 물을 필요가 없어야 하고, 진료실에 들어서면서 자신이 치료의 대상인지 수익의 대상인지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

그 신뢰를 국민 개개인의 주의력에 맡길 수는 없다. 지켜야 할 책임은 제도에 있고, 이제는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파주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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