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방정부가 출범한 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전임 시장 시절 요직에 기용된 인사들의 무책임한 ‘버티기’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고 시정의 철학이 바뀌었음에도, 이들은 “법적 임기가 남았다”는 형식적 명분을 내세운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이 진정으로 법과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버티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들은 치열한 공채를 거쳐 임용된 직업 공무원이 아니라, 전임 시장의 정치적 노선에 편승해 임명된 ‘정치적 수혜자’들이다.
지방정부의 수장이 바뀌면 새로운 비전에 맞춰 동반 퇴진하는 것이 정무직 인사의 당연한 순리다. 그럼에도 자리가 주는 권력과 혜택을 내려놓지 못한 채 눈과 귀를 닫고 있는 모습은 공직자로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정권’이라는 것은 여야가 바뀌었을 때 쓰는 말이다. 지금은 정권이 빠뀐 것이 아니라 같은 당 사람이 시장이 됐기 때문에 ‘인수인계’로 봐줘야 한다고 했다.
겉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일례로 경선 당시에는 당시 시장이 재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단체의 장이나 관계자들이 선거운동을 했다면 입장은 다르다. 오히려 현재의 시장과는 정적을 이루고 있던 대상일 뿐이다.
특히, 지향하는 철학과 비전이 전혀 다른 신임 시정 아래에서, 전 정권의 인사들이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행정 마비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조직 내부에서는 눈치 보기를 조장하며 시정 동력을 갉아먹는 행태다. 시민의 세금으로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정작 시민들이 선택한 새로운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 모순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의 적반하장식 태도다. 주변의 정당한 사퇴 압박을 정치적 탄압으로 둔갑시키고, 피해자를 자처하며 임기를 채우는 것을 대단한 소신인 양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소신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인질로 잡은 ‘자해적 알박기’이자, 직무에 대한 얄팍한 집착일 뿐이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법의 맹점을 파고드는 영악함이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염치다. 철학이 다른 리더 밑에서 좀비처럼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시민과 조직에 대한 모독이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모르쇠 버티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끝까지 버텨서 얻는 것은 몇 달의 임기 연장이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명예가 완전히 실추되는 파산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에게 공직의 무게를 감당할 자격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