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대

황덕순의 희망을 잇는 사람. 「생각이 익으면 말이 되고, 말이 익으면 글이 된다.」

입력 2026.11.03 20:27수정 2026.11.03 20:27파주시대 기자19

황덕순 칼럼위원(前 임진초등학교 교장)

우리 몸의 성장과 발달, 호흡, 소화, 대사, 배설, 수면, 운동, 수유, 생식은 물론 감각, 스트레스 및 희로애락 등을 호로몬이 관여한다. 평생 항상성 유지의 필수 호로몬의 양을 다 모아도 찻숟가락 하나 정도밖에 안 된단다.

그런 의미로 보면 삶의 질에 절대적 능력인 24자의 한글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표현할 수 있는 생명 호로몬이다. 훈민정음 창제 580주년, ‘한글날’ 기념 100주년을 맞아 말과 글을 다듬는 삶을 결단하자.

우리나라 역사의 분기점을 둘로 나눈다면 훈민정음 창제 전과 후로 나누고 싶다. 중국에 흡수되지 않은 생존 비밀 중 하나가 한글 창제라고 생각한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기리고 한글을 보존·연구하기 위해 2014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 국립한글박물관을 건립했다.

보물 ‘월인석보’, 주시경의 제자들이 편찬한 우리말 사전, ‘말모이’ 원고, ‘청구영언’, 정조 어필 편지첩 등 귀중한 자료 약 9만 점이 소장되어 있다. 2025년 한글박물관의 개관 10주년을 맞아 증축 공사 중 2025년 화재로 복구 중인 것도 몰랐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AI 시대를 선도할 한글은 세종대왕의 최고의 선물이다. 한자는 소합향 같고 한글은 쇠똥구리 똥과 같다고 비난하는 상소에 굴복하지 않으셨다. 집현전 학사들의 절대 불가를 철저한 음운 논리로 설득하셨다. 의금부 부제학 최만리만의금부에 단 하룻밤 가두고 신분상 처벌은 일제 없이 설득하셨다.

암클이라고 천시를 받던 한글이 임진왜란 때는 한문 교지를 한글로 번역하여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과 소통했다. 왜군과 명군에게는 해독 불가의 암호였다.

일제 강점기에 한글이 폐지될 위기도 겪었다. 한글학회 회원들이 목숨 걸고 지켜내고 선교사들도 힘을 보탰다. 500여 년간 간의 긴 침묵의 깨고 세계 무대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워 AI 시대 최고의 문자로 인정한다.

‘한글’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주시경 선생님은 영어를 배우는 배재학당 학생이었다. 배제 학당의 올링거 선생님 주도로 한글·영문·한문 세 종류의 활자로 인쇄하는 삼문출판사에서 조판 작업을 돕는 아르바이트 학생이었다.

선교사들이 조선의 역사, 문화, 언어와 한글 연구 논문을 발표한다. 헐버트 박사는 “한글은 단순성과 음성적 능력에서 견줄만한 문자가 거의 없다. 한글의 과학성은 세계 으뜸”이라고 발표한다.

고졸 출신 조지 허버트 존스 선교사는 조선왕조실록과 한국의 역사와 문화 종교 등 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1895년 난중일기 각주도 달았다, 일성록을 비롯한 임진왜란 역사를 영어 논문으로 발표했다. 생각하지도 못한 거북선, 무기, 교육, 문화, 역사를 지속적으로 기고하였다.

선교사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일상용어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것을 보고 한글 연구로 방향을 바꿨다. 우리 문화의 정수인 한글 연구에 매진하여 ‘한글날’을 제정하고 기념하여 올해 100년이 되었다.

훈민정음 창제의 문자 독립 국가 바탕에 선교사들이 성경을 한글로 번역한다. 띄어쓰기와 문장부호 등 문법을 정리하여 가독성을 높인점은 신의 한 수였다.

식민통치하에서 목숨 걸고 우리말 큰사전을 편찬한 한글학자들의 희생과 헌신, 6.25 전란 중 의무 교육령을 선포한 이승만 대통령, 국민교육헌장을 발표하여 민족중흥의 꿈을 박정희 대통령의 꿈은 하나로 통한다.

파주와 맞닿은 DMZ에서 우리 군인들이 적의 지뢰에 발목을 다치는 불행한 사건을 보며 김종서와 최윤덕으로 하여금 4군과 6진을 개척한 세종대왕이 생각난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라는 헌법상 국경선을 그 때 확정하셨다. 역사가 말하는 곳에서는 경청하며 유비무환의 의미를 가르치신다.

훈민정음 서문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누구나 할 말을 제대로 하라고 훈민정음 창제하셨다.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쏴대며 우리 땅에 지뢰를 묻고 치욕적인 비아냥에 한 마디도 못하느냐는 일침(一針)이 서문에 있다.

목숨 걸고 불속에 뛰어드는 소방대원들을 빨대에 비유하는 수준? 삼권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법원장을 동네 강아지 부르듯 조롱해도 되나? 우아하다는 아름다운 말을 좌아하게로 바꿔 편가르기를 해서도 안 된다.

한글을 지키기 위해 이어달리기를 하신 분들이나 목숨 걸고 불속에 뛰어드는 소방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목숨값은 똑 같다.

한글(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의 혼이 담긴 우리 국민의 생명 호로몬이다. ‘생각이 익으면 말이 되고, 말이 여물면 글이 된다.’ ‘생각이 죽으면 죽은 말을 한다.’ 다음 세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고운말, 바른말로 사람 살리는 희망을 추수하자.

파
파주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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