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파주문화원 파주학연구회
현판은 파산서원 고사목(느티나무) 사용
463년 만에 율곡과 우계 집안이 다시 만나다
국가지정 사적인 ‘파주 이이 유적’(자운서원) 내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 사당’이 건립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율곡문화제가 열린 10월 12일에는 신사임당(1504~ 1551) 사당 건립 준공을 알리는 현판 제막식과 13일에는 추모제향이 진행됐다.
10월, 파주시와 유림, 뜻있는 시민의 노력으로 사당을 건립해 영정과 위패를 모시기에 이르렀다. 사당은 파주시가 4억 원을 들인 정면 3칸에 측면 2칸이며, 맞배지붕 겹처마로 물익공 양식이다. 율곡을 모신 문성사(文成祠)보다 단출한 편이다. 사당은 율곡 이이 선생 묘소 입구에 있어 접근성도 편리하다.
신사임당 사당 건립 의미는 무엇보다 사적과 사대부집안으로는 처음이며, 사당의 명칭은 국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한글로 ‘신사임당 사당’이라 했다.
한글 편액(현판)은 10월 9일(한글날 및 한글주간)을 맞아 더욱 의미가 있다. 편액의 글씨는 ‘훈민정음 언해본’(세조 5, 1459)에서 집자했다. ‘고산구곡가’를 국한문으로 지은 율곡의 유지를 본받은 것이다.
편액은 2022년에 수명을 다한 파산서원의 느티나무를 활용했다. 이 나무는 1670년 우계서실(牛溪書室)을 중수할 때 심은 것으로 추정되며 흰글씨(음양각)로 제작했다.
파산서원 건립을 창의한 사람은 율곡이며, 파산서원의 주인은 성수침이다. 즉 파산서원 고사목을 신사임당 사당에 제공했으니, 청송 성수침(우계 성혼의 아버지)이 율곡의 아버지(이원수) 묘지명을 지은 지 463년 만에 이 편액을 통해 율곡과 우계 집안이 다시 만나게 된 셈이다.
또한 단청이 아룸다운데 현판 직사각 모서리에는 박쥐 문양을 넣었다. 박쥐의 한자가 중국 발음으로 복과 같아 예로부터 박쥐를 문양으로 삼아 복을 바랐고 조선 후기 민간에서 유행했던 장식 문양으로 자수, 백자, 기와 등에 새겨 넣었다.
현판 깃의 넝클 문양도 있는데 당초 문양으로 중국 전래의 넝쿨 무늬를 의미하며, 넝쿨은 오래도록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쉬지 않고 살아감, 가문의 영화 지속’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차문성 파주문화원 파주학연구회장은 “이번 한글 현판은 매우 의미가 있다. (율곡과 우계의 인연외에도) 1459년 훈민정음 언해본의 초성,중성, 종성 제자원리에 따라 만든 현판으로는 처음이다. 신사임당 사당을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도 느꼈으면 한다”라며 파주시의 신사임당 사당 건립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한편, 신사임당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표상이다. 과거 시험에 아홉 번이나 장원 급제한 율곡 이이를 조선 최고의 정치가며 대학자로 길러낸 위대한 어머니이다. 그는 최고의 예술가로 시와 글씨, 그림에 뛰어났다.
율곡의 회고에 따르면 “어머니께서는 평소 그림을 잘 그리셨다. 7세 때 안견의 그림을 모방해 산수도를 그렸는데 매우 절묘하다. 포도 그림 역시 세상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떠 그린 병풍과 족자가 세상에 널리 전해진다”라고 했다. 사임당의 천부적 재능과 후세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신사임당 부부의 묘소는 경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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