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검색의 시대를 살고 있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거의 모든 궁금증들이 해결되는 시대이다.
덕분에 사색은 잊혀진 시대가 되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무엇을 오랫동안 생각한다는 건 그야말로 사치로 취급 받는 세상이 되었다.
검색을 안하는 건 게으름이고,
검색을 못하는 건 무능이다.
생각을 오랫동안 한다는 건 게으름의 방조이자 무능의 방관이다.
감꽃이 떨어진 자리에 작은 감들이 자리를 잡았다.
지금부터는 외로운 싸움의 연속이다.
가뭄의 목마름과 작열하는 태양의 고통을 이겨내야 되고,
거친 태풍과 싸움을 온몸으로 버텨내야 한다.
새들의 조급한 부리질과 사람들의 짓궂은 손길도 견뎌내야 한다.
인고의 시간.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게 보낸 사색의 시간.
비로소 주홍빛 물이 든다.
드디어 제대로의 감이 된다.
감들은 '주홍빛 물 빨리 들기'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지 않는다.
게을러서도 아니고,
무능해서도 아니다.
오랫동안 생각하기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사색의 시대를 살고 있다.
검색의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사색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를 아직 채 여물지 않은 감에게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