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2: 이상한 그릇(3번째)
'그래, 누나들도 내 가족이야, 형들 못지않게 열심히 살고, 재주가 많다고.'
꼬맹이도 말없이 누나들이 하는 일을 소꿉놀이처럼 따라해 보았어요. 형들이 눈총을 줘도 부끄러워하지 않고요. 형들은 어린 꼬맹이라 혼자서 해내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무렴, 꼬맹이는 아직 어리니까 그럴 수 있다 생각하고 씩씩하게 견뎠어요.
형들도 그릇을 만들어 본 때를 꼬맹이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속상하지 않았어요. 형들이 사냥을 나가지 않을 때 그릇 만들곤 했거든요. 비가 올 때나 쉬는 날에요.
어느덧 꼬맹이는 그릇 만들기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흙을 조물조물 뭉쳐서 길쭉하게 몇 개를 늘여 놓으면 무척 자랑스러운 거예요. 그리고 하나하나 쌓아 올리고 나면 뭔가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좋아했어요.
'나도 누나들처럼 내 그릇을 만들어 볼 테야. 형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줄 테야.‘
꼬맹이는 형들을 쫓아다니기만 했는데,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고, 꼭 뭔가 된 것처럼 가슴을 펴고 느릿느릿 걸어 보았어요. 종종걸음으로 쫓아다니지 않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자랐다고 자랑하는 것 같았어요.
'보는 것보다 실제로 해 보면, 생각보다 멋진 그릇들이 나올 거야. 바로 내 손에서.'
제법 말하는 태도가 의젓했지만, 아직 형들은 잘난 체하는 막내를 못본 체했어요. 어린아이의 재롱이려니 하고 우습게 여기는 것 같았지요.
그런데 큰형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여러 마리 잡아 와서 아무 생각 없이 누나가 빚은 그릇에 넣었는데, 그릇이 그만 넘어져 버리는 거예요.
아뿔싸,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누구든 찬찬히 생각을 해 봐야 했어요. 가족 모두의 책임이니까요. 어떻게 하면 음식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을까, 오래 먹을 수 있게 보관하는 방법은 가장 중요한 숙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