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영국의 총리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윈스턴 처칠은 “30세 이전에 진보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냉혈한이고 30세 이후에 보수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멍청이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처칠이 남긴 이 말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진보적이다가 나이 들면서 점차 보수적이 된다는 통념을 정설처럼 인식하게 됐다.
경제학자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를 입증해보고자 했는데 결과는 처칠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았다.
10대들은 때로는 진보주의로 기울고 때로는 보수주의로 기울었으며 이는 중장년과 노인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빅데이터의 투표 선호도는 미국인들의 설문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정치적 견해는 나이에 따라 변하는 게 아니라 어느 일정한 시점에 형성되는 것이며 미국인들의 경우에는 14~24세 당시의 대통령 인기가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정치적 입장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연령이 18세라고 판단했다.)
인기 있는 공화당 정치인이나 인기 없는 민주당 정치인은 많은 젊은이들이 공화당 지지자가 되도록 영향을 주고, 인기 없는 공화당 정치인이나 인기 있는 민주당 정치인은 이 집단이 민주당 지지자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내 나이 18세 때의 대통령은 전두환 대통령이었다.
그의 권력이 정점에 이르렀던 시절이고, 서슬 퍼렇던 그의 칼춤에 모두들 숨을 죽이며 살아가던 때이며, 광주의 뜨거운 외침마저도 철저히 통제되고 왜곡되던 암울했던 시대였었다. 그 시대의 질곡과 명암이 나의 정치적 성향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일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의 결과를 보며 보수가 근본마저 붕괴될 위기라고들 했으며, 진보는 역사상 유래가 없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할 것이라고 했다.
국정농단이라는 전임 대통령의 과실이 빚은 결과이며 현실에 안주했던 보수세력 스스로가 초래한 결과에 진보는 그저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이라던 현 정권의 시대가 어느덧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내년에 18세가 되는 젊은이들은 소용돌이치는 정치적 격동기를 온갖 매체를 통해 직접 경험했으며 그 경험을 통해 정치적 입장이 형성됐을 것이다.
그런 그들의 선택이 어쩌면 다음 대선의 결과를 좌지우지함은 물론이고 미래의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다음 대선이 아직은 미래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유이다.
부침이 있긴 하겠지만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기에 보수에게도, 진보에게도, 주어진 기회는 공평하다.
하얀 무궁화가 피었다.
어떤 색도 입지 않아 더 아름답다.
어떤 색도 입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색이라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공평하다.
위 글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의 내용을 참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