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15일 율곡문화제가 열린 자운서원. 지난해와 달리 꽉 메워졌던 체험부스 등이 빠진 행사장은 썰렁해 보였다. 사진/독자제공
문화축제의 특성인 정통성과 지속가능성 부족한 행사 위주로 전락
市···“시대에 맞는 변화 위한 시도, 계속 고민하겠다”
30여년 동안 한두번을 제외하고는 파주문화원이 계속 개최해온 율곡문화제가 파주시 주최·주관으로 개최된 올해 행사가 끝나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공무원들의 시대적 착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7일 파주시와 관련단체, 주민 등에 따르면 10월 14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제33회 율곡문화제는 파주시가 주최·주관,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개최했다. 올해는 지난 30여년 간 율곡문화제를 주관해온 파주문화원이 제외되고 서울의 한 기획사가 행사를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빠진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과 지역축제는 타 지역 기획사가 아닌 지역정서를 잘 아는 전문 단체나 지역 업체에서 주관해야 한다고 지적, 세심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종중, 지역에 있는 디자이너, 시니어 모델들이 같이 지역에서 참여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누린 경우로 지난 해 첫선을 보인 ‘한복 패션쇼’는 빠져 아쉬움이 많이 남는 프로그램이다.
시는 기존에 있는 예술인, 기획사, 파주문화원이나 지역 인력들이 합류하는 곳은 많은 고민을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은 보였으나, 문화축제의 특성인 정통성이 부족한 행사 위주로 흘렀다는데 말들이 나온다.
특히, 민간에서 하던 것을 행정이 개입(용역 발주)하면서 민간 역량은 줄어들고 예술인들의 자율적인 역량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용역시에는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기획사는 매년 바뀌고 공무원 역시 순환보직을 하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과 지속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주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율곡문화제가 매년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있어 올해는 시대에 맞게 변화를 주기 위해 50%는 지난해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50%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시민들이 좋아한 부분도 많았고 유가행렬은 도심 지역으로 확대해 시민들 호응이 좋았다는 평을 했다.
지난 14~15일 기존 법원읍에서 진행하던 율곡문화제 유가행렬을 운정신도시와 금릉동 등 도심지역으로 추가 확대하면서 시민들의 좋은 호응을 얻었다. 사진/파주시
율곡문화제 축제시 전문가가 모인 조직위원회 구성 필요, 강릉의 오죽헌 행사보다 더 큰 파주를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승화시켜야...
제33회 율곡문화제 첫날은 우천관계로 썰렁했다. 또 체험 등 부대행사도 대폭 축소돼 전년대비 관람객도 현저히 줄었다.
행사장을 찾은 한 문화해설사는 “33회째를 맞은 율곡문화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더 성숙하고 짜임새 있게 확대·발전해야 하는데 올해는 프로그램이 많이 축소돼 안타깝다”며 “비가 와서 참여도가 떨어졌다고는 해도 일년에 한번 볼 수 있는 길놀이나 줄타기 공연, 한복패션쇼 등은 볼 수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율곡문화제에 관심있는 한 시민은 “유가행렬은 지난해와 달리 법원, 문산, 금릉, 운정호수공원 등 네 곳에서 계획돼 기대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금릉, 운정 등 두 곳에서만 진행됐다”며 특히“지난해는 취타대 뒤로 학생들, 문화단체, 학생 등이 참여해 500여 명 이상의 행렬이 이어져 웅장했었는데 올해는 고작 50여 명 안팎이어서 초라해 보였다. 행사가 많이 축소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유가행렬은 법원읍까지 가기 어려워 현장에서 보여주는 방법을 모색했다”며 “토크콘서트는 시민회관을 꽉 메울 정도로 시민들이 아이들 손잡고 많이 오셨다. 1시간 반 정도 사인회가 진행될 정도로 학생, 학부모들이 만족스러워 했다. 앞으로도 파주시는 파주 문화예술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시민들에게는 더 큰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시대의 대학자인 율곡이이 선생을 기리는 30년이 넘게 진행되온 율곡문화제 축제시 전문가가 모인 조직위원회 구성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강릉의 오죽헌(대현율곡이선생제) 행사보다 더 큰 파주를 대표하고 경기도지사가 참여하는 문화축제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재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고 정통성과 진정성을 갖고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하지만 용역회사에 맡기게 되면 단타성 행사 위주로 지속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전문 단체가 필요한 이유고 조직위원회 구성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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