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순 칼럼위원(前 임진초등학교 교장)
해마다 이맘때면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낭낭하게 읊어주며 풀어주시던 ‘신록예찬’이 떠오른다. 그때의 감동을 살리고 싶어 흉내 내보지만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신록의 자태를 제대로 표현할 재주가 없다.
결국 이 양하님의 신록 예찬을 적는 것으로 마음을 달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중략)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꽃이 진 자리에서 솟아나는 샘물같이 시원한 신록 앞에 할 말을 잊는다」 이하 생략.......
이때의 이 강산에 딱 맞는 이름은 “금수강산”이다. 조상들이 물려준 금수강산에서 삶을 이어가는 우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호국보훈의 6월을 맞이해야 한다. 우리의 ‘광복’은 좋은 꿈처럼 찾아왔는데 그 꿈을 송두리째 흔들어대는 한국전쟁이 6월에 일어났다. 풍전등화의 극한의 위기에서 이 나라를 구한 의인들에게 감사하며 보은해야 하는 6월이다,
사적으로 도움을 베풀 때 상대가 절실하게 원하는 부분을 돕는 배려를 원조(願助)라고 한다. 어려움을 겪을 때 시기와 상황에 딱 맞춰 곤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적절한 타이밍의 배려가 시조(時助)이다.
준 사람은 없는데 받은 사람만 있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하는 은밀한 도움을 은조(隱助)라고 하는데 이 셋을 호의삼조(好意三助)라고 한다. 일축즉발의 풍전등화의 극단적인 위기에서 우리나라와 국민을 구한 호의삼조(好意三助)를 베푼 분에게 제대로 된 감사를 해야 한다.
미국 33·34대 대통령을 트루먼은 강자가 약자를 괴롭혔을 때 약자를 돕는 정의롭고 용감한 분이었다.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지독한 근시로 군 복무를 할 수 없었는데 미국 육군 시각검사 판을 통째로 외워 포병장교로 입대한 후 전장에서 1차 대전이 끝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1944년 정·부통령선거에 출마하여 부통령에 당선되었고 1945년 ‘얄타 회담’ 직후 루스벨트 대통령이 뇌일혈로 별세하자 부통령 취임 82일 만에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비밀리에 개발한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하는 결정을 내리므로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소망하던 36년의 지긋지긋한 식민통치에서 해방되었으니 이것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이 가장 원하는 ‘광복의 기쁨’을 베푼 첫 번째 호의(好意)였다.
트루먼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중인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 미국 시각으로 1950년 6월 24일 토요일 밤 아홉 시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막 잠자리에 들려던 트루먼은 북한군이 남침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10초도 안 되어 참전 결정을 했다. 나쁜 놈들이 쳐들어왔으니 미군이 참전하여 물리친다는 신념이 우리나라의 위기에 딱 맞는 타이밍의 두 번째 호의(好意)였다.
1950년 10월 중공군의 참전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영국 애틀리 수상’과 ‘조셉 케네디’를 비롯한 명문 정치가들은 한국전쟁을 포기하고 한국에 배치된 병력을 유럽으로 돌리자고 제안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에 계속 머물며 싸울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도와 주면 좋겠지만 도와주지 않아도 우리는 싸울 것이다.
우리가 한국을 버린다면 한국국민들은 모두 살해될 것이다. 그들은 우리 편에서 용감히 싸웠고 우리는 상황이 불리하다고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며 연합군 철수를 거절했다. 오히려 1·2차 세계대전 때에도 하지 않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여 물가와 임금을 통제하여 그 비용을 한국에 쏟아부으며 중공군과 싸웠다.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고도 남북한 합쳐 약 300만명 가까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5만 명이 넘는 미군이 목숨을 잃었으며 10만 명이 넘는 군인들이 다친 후에야 전쟁이 멈췄다. 이것이 세 번째 호의(好意)이다. 대한민국의 광복, 6.25 남침에 즉각적인 참가, 위기상황에서 대한민국을 포기하지 않은 결정은 호의3조(好意三助)를 넘은 완전한 배려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6·25 전쟁 참가국은 파병 16개국, 의무 지원 5개국으로 알았다. “2010년 기네스북은 6·25 당시 유엔가입 91개국 중 공산국가 24개국을 제외한 역사상 가장 많은 67개 나라가 연합군으로 지원한 세계기록”으로 등재했다. 20세기 이후 유일한 고등학교 졸업 대통령 트루먼은 지구 최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지도자였다. 얼마나 위대한 분인가?..얼마나 고마운 분인가?..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공산화를 막고, 한미동맹으로 자유 민주주의 초석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지원 덕분에 우리는 오늘 ‘신록예찬‘과 함께 ’자유의 노래‘를 노래를 부르는 세계 10대 강국이 되었다.
우리의 사명은 분명하다. 원조받은 나라가 원조 하는 나라로 성장한 비결을 대한민국의 특허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도움을 준 우방국에 ‘진정한 배려, 호의삼조(好意三助)’의 손길을 베풀어야 한다. 우리가 받은 호의를 열 배 스무 배 더하여 베푸는 것이 이 산하에 잠들어 있는 호국영령(護國英靈)들을 위로하는 보은(報恩)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