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순 칼럼위원(前 임진초등학교 교장)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눈만 뜨면 매일 사람의 숲에서 산다. 20세 이상 된 사람은 사람에 관한 한 장인(匠人), 30~40년을 산 사람은 명인(名人), 60~70년 이상 사신 어르신들은 ‘인간문화재’ 수준 되어야 하지 않을까?
9988234의 장수 시대는 분명 축복이고 감사할 일로 매일 만나는 사람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물건이 고장나고 낡으면 똑같은 물품으로 ‘대체’하면 되지만 사람이 고장 나면 대체할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한 번 사는 인생이기에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야 하는 엄숙한 과제이다. 이 비결이 가장 소중한 배움이며 진정으로 소중한 삶의 지혜이다. 누구를 만나 무엇을 배우고, 그 배움을 바탕으로 누구와 일하며, 중요한 책임을 누가 맡고, 누구에게 책임을 맡기느냐 하는 문제는 심사숙고해야 할 엄청난 과제이다.
“파리 같은 사람을 만나면 더러운 냄새가 진동하는 오물 세상에서 살게 되고, 꿀벌 같은 사람을 만나면 향기 진동하는 꽃동산에서 풍요로운 삶을 만끽할 수 있다”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고, 사람은 선택한 사람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다.”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사람다운 사람과 사귀고, 적합한 동업자를 만나는 비결을 전하는 “육불합(六不合) 칠불교(七不交)의 ‘원칙’”을 한 번 들어보자.
중국에서 태어난 그분은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전란을 피해 홍콩으로 이주한다.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방과 후에는 공장에서 견습공생활을 하며 집안 살림을 도왔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13세에 ‘교육자의 꿈’을 포기하고 어머니와 동생을 돌보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영어를 쓰는 홍콩에서 성공하려면 영어 실력이 절대적임을 깨닫고 손에서 영어 단어장을 놓지 않고 공부하여 1년여 만에 영어 작문과 회화를 비교적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찻집에서 일을 시작하여 17세에 완구점 총지배인, 23세에 홍콩 부동산시장을 석권하고 70세가 된 2000년대 세계적인 부와 명예를 갖게 된 이가성 회장이다. 성공한 그는 사업을 하며 만난 동업자들을 통하여 “개인적 욕심이 너무 강한 사람, 사명감이 없는 사람, 인간미가 없는 사람, 부정적인 사람, 인생의 원칙이 없는 사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과는 동업하지 않는다”는 육불합(六不合) 원칙을 배웠다.
그분은 “부모에게 불효하는 사람, 사람을 각박하게 대하는 사람, 시시콜콜 따지는 사람, 받기만 하고 베풀줄 모르는 사람. 아부를 잘하는 사람, 권력자 앞에서 원칙 없이 행동하는 사람, 동정심 없는 사람과 사귀지 않는다”는 칠불교(七不交)의 윈칙으도 깨달았다.
육불합(六不合) 칠불교(七不交)로 전하는 삶의 지혜는 ‘금지’의 원칙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동업할 자격을 갖추고, 교제할만한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자기성찰의 적극적인 가르침이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다른 사람과 사귈만한 인격을 갖추고, 동업할만한 수준이 되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분은 세계 최고 거부의 반열에 들어섰지만 늘 5만 원 이하의 구두를 신고, 10만 원 미만의 양복을 입는다. 비행기는 이코노미석만 탄다. 아시아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3,000억 원 정도의 장학금을 반드시 내놓아 다음 세대들이 꿈을 실현하도록 돕는다.
늘 공장 노동자들과 어울려 식사하며 삶의 지혜를 나눈다. “육불합(六不合)과 칠불교(七不交)의 ‘사람 됨의 교훈’”은 모든 세대가 귀담아듣고 단 한 번 사는 삶을 ‘인간문화재’ 수준으로 끌어올릴 희망 메시지이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유학 갈 정도로 촉망받는 전도유망한 똑똑한 청년이 아주 ‘사소하게 생각한 일’로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막은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프랑스에 도착한 그는 자동화된 버스 시스템을 경험하고 문명의 충격을 받는다. 그 편리한 자동화 시스템에서 버스 티켓을 끊지 않고도 걸릴 확률이 극히 적은 허점을 발견한다. 양심에 찔리기는 했지만 가난한 유학생이니 이 정도는 사소한 문제로 괜찮을 것이라고 합리화했다. 4년간 세 번 정도 결려 벌금을 물었지만 별 탈 없이 명문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명문대 졸업장과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다국적 기업에 입사 원서를 냈는데 단 한 곳에서도 합격 통지가 오지 않았다. 마지막 원서를 낸 곳에도 연락이 없자 외국인이라고 인종 차별을 하느냐고 항의차 찾아갔다.
인사 담당자는 “신용카드 기록에 불법 승차 때문에 세 번 벌금을 낸 적이 있더군요” “네, 그런 일이 있었지요” “그런 사소한 일 때문에 인재인 저를 뽑지 않나요?”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지요, 두세 번은 어떻게 설명하나요?” “신용카드에 찍히지 않은 날들은 공짜 버스를 탔다는 증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이 날아왔다.
“당신은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고 법을 어기고 자동화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했다.“당신은 똑똑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다.” “지식의 부족함은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만, 똑똑한 것으로 도덕성의 부족함을 메꿀 수는 없다”고 불합격 이유를 설명을 했다.
가난하지만 육불합(六不合) 칠불교(七不交)의 원칙으로 자신을 가꾼 사람과 가난을 이유로 법과 원칙을 어긴 사람의 정신세계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는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한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중요한 결정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희망 메시지이다.
“과학에는 여권도 없고, 성별도 없고, 인종도 없으며 정당도 없다”고 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의 말을 “정직에는 여권도 성별도 인종도 정당도 없다”는 말로 바꾸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희망 메시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