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반추(反芻)하다'라는 동사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반(反)’은 '돌이킬 반'을 쓰고, ‘추(芻)’는 말이나 소에게 먹이는 풀인 '꼴 추'를 쓴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을 뿐 가을을 뜻하는 '가을 추(秋)'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동사다.
그럼에도 짧은 시간 곱게 물들었던 단풍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이 계절만 되면 어떤 일이라도 자꾸만 되풀이하여 생각하게 되니
'반추(反芻)'의 추를 ‘가을 추(秋’)로 바꾸는 것도 추상적 의미로는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깊어지면 때때로 거친 바람이 불고 예상치 못한 서리가 갑작스레 내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절정으로 향하던 단풍들의 ‘고운빛깔 뽐내기 대회’가 날벼락을 맞고 만다.
형형색색 파도처럼 일렁이던 나뭇가지들이 밤사이에
발밑으로 부서져 내리면 수북하게 쌓여 단풍잎들 때문에 발길이 더뎌진다.
텅 빈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며 걷는 일 또한 발길을 무겁게 하는 건 매한가지다.
이런 날이면 어떤 생각이라도 자꾸 머릿속 미로를 맴돌며 빠져나오지를 못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되풀이하고, 음미하고,
멈추지 못하게 되는 생각들로 머리는 공회전을 한다.
이 정도면 이 가을을 ‘반추(反秋)의 계절’이라 부르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 일컫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시월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마지막 달인 12월은 각종 행사로 바쁜 달이니
올 한해를 되돌아볼 시간도 이제 고작 한 달 남짓 남았다는 얘기다.
곱씹어 생각해 볼 시간들이다.
반추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