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살다가다 보면 원하던 원하지 않던 마주칠 수밖에 없는 커다란 괴로움과 어려움이 있으니,
바로 '고난(苦難)'이라는 시련이다.
평범한 사람과 큰 인물의 차이는 이 고난을 마주하는 태도에 있다.
평범한 사람은 고난이 오면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좌절하고 절망하고 포기하지만,
큰 인물은 그 고난을 이겨낼 뿐만 아니라 그 고난을 통해 더 성숙한 사람이 된다.
청각 장애의 고난을 이기고 ‘운명 교향곡’을 작곡한 베토벤이 그랬고,
뇌막염으로 시력과 청력을 잃었지만 위대한 사회사업가이자 작가가 된 헬렌켈러가 그랬다.
희(喜).노(怒).애(哀).락(樂).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의 감정이 있지만 그 중에서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감정은 고통이라고 한다.
사람은 고통에 가장 크게 반응하기에 역설적이게도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맨드라미꽃이 군락을 이루었다.
맨드라미꽃은 '치정, 괴기, 감정, 영생, 시들지 않는 사랑'이라는 복잡한 꽃말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꽃말을 가진 꽃이 또 있을까?
꽃말 자체로도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조금 긴 이야기로 써진다면 아마도 반전에 반전이 거듭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짐작된다.
반전이 심한 삶은 고단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전이 있는 삶 보다는 평범한 삶을 갈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도 덜도 말고 딱 평균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위대한 인물을 동경한다.
그래서 괴리가 발생한다.
위대한 인물이 되기까지의 삶이 아니라 위대해진 인물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맨드라미는 자신의 꽃말을 거부하지 않는다.
어쩌면 반전이 있는 이야기를 즐기고 있을 지도 모른다.
왜냐면, 괴기스럽다는 평가에 좌절하고 절망하고 포기하기 보다는 매년 더 성숙한 꽃으로 피어나 시들지 않는 사랑을 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을 테니 말이다.
맨드라미 군락지를 내년에도 다시 찾아갈 생각이다.
혹시라도 그곳에서 베토벤과 헬렌켈러를 만나는 행운을 마주하게 된다면 고난에 물러서지 않을 용기를 나눠 주십사 부탁할 것이다.
이 세상이 그런 용기로 가득해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