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산 계곡에 새겨진 ‘암각문’ 발견...역사적 가치있는 재발견
강근숙 작가, 전국향토문화공모 특별상 수상
수정 : 2019-10-17 18:49:01
제34회 전국향토문화공모에서 수필가인 강근숙 작가<독사진>가 ‘암각문(巖刻文) 기록하다’ 논문으로 지난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특별상 수상을 받는 영애를 안았다.
이는 민통선 내 장단 백학산 계곡에 5~13명의 이름이 새겨진 석각이 산재돼 있어 놀라운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석각의 등장인물은 113명으로 최초 발견자는 류명삼 마(馬)문화연구가와 류병기 자운서원 전 원장에 의해 공개됐으며, 강 작가가 류병기 전 원장과 함께 자료를 정리하고 연구해 논문으로 제출, 이 같은 상을 받았다.
당시 석각의 목적, 유래가 알려진 바가 없는 가운데 구유암(龜遊岩), 영회대(永會臺), 아양대(峨洋臺) 3개 석각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구유암은 석각 계축모춘(癸丑暮春) 글씨가 적혀있어 353년 진나라 왕희지의 난정기와 고려말 익재 이제현의 송도팔경에서 석각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현은 안향과 더불어 조선에 성리학을 본격적으로 전수한 인물로 국제적으로 명망이 높았다.
암각문은 백학산 동남향 산자락 장단향교 터, 육군 백학대대 뒤편 군내면 읍내리 산142번지에 있다. 장방향의 암벽 글씨를 처음 본 순간 흥분과 함께 석판마다 종으로 새겨진 이름 또한 명필이라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영회대(永會臺)에 적힌 반듯하고 빼어난 글씨를 보면서 여기 모인사람들은 두루 갖춘 훌륭한 인물로 영원히 변치 말고 모이자는 모임지속의 의미를 내포한 가운데 난정서의 ‘영화구년세재축모춘지초회’를 인용해 쓴 글로 추정된다.
곡수유상(曲水流觴)은 굽이진 계류에 잔을 띄어 풍류를 즐기는 것으로 그 여유로움의 발견은 파주의 새로운 명소로 역사문화 기대감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석편 끝자락에 위치해 필적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아양대(蛾洋臺)는 산이 높아 구름위에 떠있다는 의미를 지녀 곡수유상을 즐겼을 것으로 보인다.
지뢰 팻말의 위험을 무릅쓰고 선인들의 발자취를 느끼며 당시 선비들이 길을 걸어 계곡을 찾아가던 자리에서 거북바위를 발견해 구유암이라 이름을 적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
군부대 철책아래는 조선시대 추정의 창해파문(滄海波文)·무문(無紋)·백자와편(白瓷瓦片) 기와조각이 쌓여있어 백학산 중앙부분에 아·객사, 신당, 옥, 본창, 향교, 사직단, 여단, 홍살문이 기재된 장단군읍지 지도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작가 강근숙은 “파주지역에 분포돼 있는 무수한 문화를 알게되면서 사랑하는 마음과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겼다”며 “이러한 파주의 문화 역사를 더 발굴해 연구하고 공개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이 남긴 것은 이름이 아니라 오랜 옛날부터 우리민족의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원형문화 풍류로 산벼랑에 새겨진 암각문은 긴 세월 풍화작용에 손상이 진행돼 소중한 유적보전을 위해 모두가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중 기자 stjun01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