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 준공
이인재 시장, “풍전등화 위기에서 구해준 작은 보답”
수정 : 2014-04-23 19:09:43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 준공식이 지난 23일 적성면에 조성된 추모공원 내에서 열렸다.
지난해 8월 파주시에서 본격적인 공원 조성공사를 시작한 지 8개월만이다.
추모공원은 6·25전쟁 당시 이곳에서 중공군과 격전을 벌이다 희생된 영국 글로스터셔연대 장병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공원이 조성돼 있긴 했으나 설마리 전투를 기념할 만한 시설조차 없었던 것을 파주시가 국·도비를 포함해 총 13억 원을 들여 새롭게 단장했다.
공원에는 참전용사 869명의 형상이 새겨진 35m 길이의 담장인 ‘이미지 월(Image Wall)’도 세워졌다.
이미지 월 바로 앞에는 글로스터셔연대의 상징인 대형 베레모 형상 조각도 들어섰다.
이날 행사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인재 시장을 비롯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지역 국회의원과 주한 영국·벨기에·아일랜드 대사 등 약 400여 명이 참석했다.
또 크리스 채터톤(Chris Chatterton) 글로스터 시장과 로버트 딕슨(Robert Dixon) 글로스터셔 군인박물관 이사장, 영연방 참전용사 120여 명도 행사를 참관했다.
6?25전쟁 당시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인 5만8천명을 한반도 전장에 투입했다.
영국군의 주력부대 중 하나인 글로스터셔연대는 1951년 4월 파주 설마리에서 퇴로가 차단된 상태에서 중공군 3개 사단의 총공세에 맞서 싸웠다.
글로스터셔연대는 이 전투에서 사흘간을 버티다 장병 869명이 죽거나 포로가 되는 희생을 치르며 파주를 사수했다.
전투는 1982년 4월 아르헨티나와 전쟁을 벌여 45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승리했던 포클랜드 전쟁보다 더 용맹하게 맞섰던 전사(戰史)로 전해진다.
이 전투로 중공군의 진격을 늦춰 국군과 유엔군이 서울에서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인재 시장은 “파주는 6?25전쟁 때 수많은 영국군 희생자를 내면서 지켜낸 땅”이라며 “대한민국을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구해 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공원조성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공원 준공식보다 하루 앞선 지난 22일에는 파주시청 대회의실에서 파주시와 글로스터 시 간에 자매결연 MOU 행사도 열렸다.
그 동안 이어져왔던 두 도시 간 교류와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英 글로스터셔연대 참전용사들은 1976년부터 지금까지 파주세무고(前적성고교) 학생 700여 명에게 총 1억4천여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파주시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파주시도 유럽 최초로 영국 글로스터 시에 들어서는 6·25박물관 건립을 위해 1년 4개월 동안 총 1억5천600만 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성금 모금에는 지역 내 기관과 단체 뿐 아니라 여러 파주시민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글로스터셔연대 출신 사업인과 노병들이 6?25박물관을 건립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다.
박물관이 들어설 부지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무대이자 연간 36만 명이 찾아오는 글로스터 성당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이다.
이인재 시장은 자매결연 MOU 자리에서 “우리 파주시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영국 글로스터셔연대의 용맹한 전투를 영원히 기록하고 한반도 평화의 초석으로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