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들 기억하고, 고국을 찾아주고 싶어요”
파주시, 입양인 위한 ‘엄마 품(Omma poom) 동산’ 조성
수정 : 2018-09-14 13:34:20
▲ ‘소라’를 모티브로 해 설치된 ‘상징조형물’은 공원 한가운데 설치됐다. ‘소라’는 지구상 생명체의 시작이라 한다.
▲ 편지 프로젝트에서 첫번째 편지를 낭송하는 리사 잭슨
“엄마의 사진을 회사, 침실, 거실에 걸어 놓고 매일 보면서 엄마를 불렀어요”
뭔가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것이 뚫린 느낌입니다. 파주는 한국전쟁과 함께 교하와 탄현면을 제외한 9개 지역에 미군 기지촌이 형성됐습니다.
기지촌 여성 7,000여 명이 미군을 상대로 우리나라의 GNP 25%의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기지촌은 애증의 도시였습니다.
그 속에서 태어난 아메라시안(혼혈인) 24만여 명이 미국 등 전 세계에 입양됐습니다. 이제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생이별한 친생모와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엄마 품 동산 ‘이 조성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습니다. 군사문화의 충격을 치료할 수 있는 트라우마센터와 해외입양인의 역사를 전시할 수 있는 사료관 건립이 아직 추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입양인들은 최종환 시장님과 윤후덕 극회의원이 엄마 품 동산 제2단계 추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캠프 하우즈가 시민역사공원으로 조성되길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캠프하우즈 부지를 무상으로 자치단체에 제공해야 합니다.
‘엄마 품 동산’ 조성 최초 제안자인 이용남 현장사진 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파주시가 해외 입양인들이 한국 방문시 모국의 정을 느끼고 그들에게 고향이 돼 주기 위해 반환 미군공여지인 캠프하우즈(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에 ‘엄마 품(Omma poom) 동산’을 조성, 완료하고 지난 12일 뜻 깊은 준공식을 가졌다.
이는 한국전쟁 후 발생한 20만여 해외 입양인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고국을 찾아주기 위해 2016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엄마 품 동산’을 조성할 당시 재미 비영리단체인 ‘Me&Korea’ 등 해외 입양인 단체도 동참했다.
2224㎡ 규모로 조선된 ‘엄마 품 동산’에는 ‘엄마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를 담은 ‘모시적삼 입은 어머니 팔 안으로 둥글게 안겨지는 모습’을 조형화해 ‘상징조형물’로 설치했다.
‘소라’를 모티브로 해 설치된 ‘상징조형물’은 공원 한가운데 설치됐다. ‘소라’는 지구상 생명체의 시작이라 한다.
또 재미 조각가 김원숙 작가가 기증한 엄마가 아기를 안은 ‘Shadow Child’ 조형물이 설치됐다.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한국의 여인상’으로 홀로 남겨진 어머니의 마음을 보여주고, 쓸쓸해 보이는 어머니의 빈 품을 통해 입양인들과 친모가 서로를 어루만지고 이해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표현했다.
‘엄마 품(Omma poom) 동산’ 조성 준공 기념식은 편지 프로젝트, 아트 프로젝트, 애기 사진 프로젝트 등 3개 영역의 퍼포먼스로 기획했다.
퍼포먼스에서는 해외 입양인들이 입양 전 기억하고 있는 엄마를 찾는 감동의 편지 낭송과 입양인들이 부른 ‘어버이 은혜’가 공원에 울려 퍼졌는데 이번 행사를 준비한 공무원의 눈가에 주루루 흐르는 눈물속에서 이 행사의 의미를 가늠케 했다.
편지 프로젝트는 입양인들이 감정과 경험을 표현한 53통의 편지를 전시했다. 편지에는 친부모에게 바치는 감동적인 헌사를 통해 입양인들의 슬픔과 기쁨, 사랑이 표현됐다.
아트 프로젝트는 타일에 친가족과 한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타일들을 모아서 아름다운 모자이크로 전시해 그들의 감정을 표현했다.
애기 사진 프로젝트는 1950년부터 현재까지 17개국으로 입양된 입양인들로부터 받은 총 647장의 자신의 애기때 모습 사진과 엄마를 찾고 싶어하는 이들의 마음을 전달하는 글이 고스란히 베여있었다.
내용중에는 “저를 낳고 미역국도 못 드셨을 내 어머니, 당신의 사랑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저는 참 멋진 남자가 되었으니 어머닌 저를 가졌을 때 음식도 가리고, 말씀도 삼가 했겠지요, 담에 태어나면 꼭 엄마께 미역국을 드시게 해 드리고 싶어요.” -엄마의 아들 송덕영 올림-
“엄마, 왜 저를 버리셨는지 모르지만 듣고 싶고 이해하고 싶어요. 사랑해요.” -당신의 아들이 홍광명-
“깊은 상실감이 있어요. 엄마를 찾을 때까지 희망을 갖고 계속 찾을 거예요” -미국 뉴욕에서 정은영-
“엄마. 엄마가 이걸 읽으신다면 엄마의 희생에 감사하고, 제가 더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미국 켈리포니아에서 김상호-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혼혈인 가수 인순이씨는 혼혈인으로 살아오면서 한국에서 느꼈던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해주는 솔직한 이야기와 ‘고향의 봄’ 노래는 참석한 모두에게 큰 감동을 줬다.
최종환 시장은 “‘엄마 품 동산’은 사람중심, 휴머니즘 실천으로서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하며 다시는 이 같은 슬픔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고 조단 워시 주한캐나다 영사는 “아름다운 공원을 캐나다를 포함한 전 세계의 한인 입양인들에게 바치는 뜻깊은 행사에 같이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무한한 영광”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워싱톤시에 사는 에스텔 쿡샘슨씨는 “이 기념식은 전세계 입양인에 대한 엄청난 경의의 표시인 동시에 한국 최초의 행사이고,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하게 해줬다. 우리 입양인 개개인이 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런 공간을 만들어 준 파주시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입양인 대표로 마음을 전했다.
파주시는 ‘엄마의 품 동산’ 조성을 위해 지난 2016년 반환미군 공여지인 캠프 하우즈 내에 부지를 마련했고, 2017년엔 사업비 5억 원을 확보한 뒤 그해 11월 착공, 이날 준공을 봤다.
준공기념식에는 최종환 파주시장, 윤후덕 국회의원, 손배찬 파주시의회 의장, 마크윌리엄스 미국대사관 총영사대행, 조던워시 캐나다대사관 영사, 김원득 중앙입양원장, 가수 인순이와 6개국 150여명의 해외 입양인 및 관계자 등 300명이 참석했다.
한편 파주시는 해외 입양인들에게 고국과 고향을 만들어 주는 ‘엄마 품 동산’ 공원조성 제안과 해외 입양인 한국방문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공원이 완성되기까지의 공로로 현장사진연구소 이용남 소장과 Me&Korea 김민영 대표, 경기일보 김요섭 기자, 파주문화원 전미애 자문위원에게, 그리고 1950년 장진호 전투에 참가 후 귀국해 한국인 아이 4명을 입양해서 키운 부시 허드슨(88세)씨에게 각각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영중 기자 stjun0100@hanmail.net
김영중 기자 stjun01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