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급식’ 제공하는 파주 세경고
한 끼 4000원 식비로 수제 소스, 수제에이드 등 건강식 제공
수정 : 2018-06-11 10:41:43
한 끼 4000원의 식비로 가성비와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형태)를 모두 갖춘 급식을 제공하는 파주 세경고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파주 세경고(파주읍 술이홀로 379)는 지난 1969년 설립된 기독교 사립 특성화고등학교로 현재 90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부실급식, 비리급식 등과 달리 ‘착한급식’으로 불리는 파주 세경고는 전체 급식비에서 부식비 비중을 평균 70~73%로 책정하고 나머지는 급식운영비와 인건비로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공과금, 시설유지비 등의 예산은 학교지원비로 지원한다.
이준화 세경고 교장은 “학교 급식은 단순히 식사의 개념이 아니라 아이들의 학교생활 만족도와 학업 집중도로 직결되는 문제”라며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비 외에 급식을 위해 학교운영비 일부를 지원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경고는 급식비 관련 발주부터 모든 행정 처리를 주무관이 담당해 영양사는 학생들의 식단 구성과 조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기에 ‘특식’이 제공되는 날에는 세경고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급식실 보조를 자청하기도 한다.
파주 세경고는 생일축하의 날, 세계음식의 날, 바다의 날, 독도의 날 등 다양한 테마로 학생들에게 매달 ‘특식’을 제공하고 있다. 문가은 세경고 2학년 학생은 “독도의 날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연간 행사로 독도의 날에 머핀이 제공되니 자연스레 독도의 날에 대해 배우게 됐다”며 “맛있기만 한 급식이라기 보단 사랑이 담긴 한 끼가 제공된다”고 말했다.
엄지연 세경고 2학년 학생은 “하나를 만들어도 정성이 들어간 음식들로 구성되고 아침조회를 통해 하루 메뉴, 나트륨 양, 열량 등을 알려줘서 좋다”며 “매달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식단이나 의견을 반영해줘서 하루하루 맛있는 급식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세경고가 착한급식으로 이슈가 되자 많은 사람들이 가공식품을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 세경고는 수제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단가가 낮아져 특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탄두리 치킨, 폭립 치즈 퐁듀, 돈코츠 라면, 퀘사디아, 목살 스테이크 등의 식단은 특식이 제공되는 날만 제공될 뿐 매끼에 제공되는 것은 아니어서 중식과 석식의 전체 열량을 계산 후 식단이 구성되고 있다.
김민지 세경고 영양사는 “제철 과일을 사용해 복숭아, 유자, 망고, 키위 등 수제 에이드를 제공하고 흑마늘액, 홍삼액을 넣어 핫도그를 만들었을 때 많은 학생들이 좋아했다”며 “생선을 싫어하는 학생들을 위해선 생선구이가 아닌 메기가라아게강정, 연어스테이크 등 조리법을 바꿔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식단만 제공할 경우 고열량,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세경고는 매주 2회 ‘나물 추가 자율배식’도 실시하고 있다.
나물 반찬을 주 메뉴로 제공할 경우 학생들이 좋아하지 않아 주 메뉴 외에 미역줄기, 콩나물무침, 고구마들깨순볶음 등 나물반찬을 추가 자율배식으로 제공하는 것. 이렇게 하자 나물반찬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좋아졌다. 또한 햄 같은 경우 데쳐서 사용하고 튀기는 것 보단 오븐으로 굽는 위주로 조리한다.
김민지 세경고 영양사는 “그동안 학생들의 기호에 맞게 식단을 구성했다면 앞으로는 학생들의 편식도 잡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강 메뉴를 제공하고 싶다”며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계속해서 수제로 음식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자녀를 위한 마음으로 조리한다는 조리종사원의 노고에 감사하기 위해 세경고는 연 4회 간담회를 통해 소통을 하고 있다. 지난 해 ‘1일 음식문화체험 연수’를 마련해 경복궁 음식박물관과 조계종 사찰음식박물관을 다녀왔고 이후 조리종사원들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조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김영중 기자 stjun01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