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학산, 이름 누가 바꿨나?’ 시민토론회 개최

심악산은 고려시대 이후 사용해 온 것 확인

입력 : 2025-03-06 17:59:40
수정 : 2025-03-06 17:59:40


- 삼학산 명칭이 사용된 시기를 지명 조사표와 지도, 고문서에서 확인
- 파주시민네트워크, 앞으로 2차 토론회를 통해 지명의 변경 원인을 밝혀낼 것

[파주시대 김영중기자]= 파주시민네트워크(대표 김성대)는 ​3월 5일(수) 파주시의회 1층 세미나실에서 을사늑약 120주년, 광복 80주년 ‘심학산, 이름 누가 바꿨나?’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파주시민네트워크가 제안하고 파주시의회, 파주마을넷, 파주에서신문이 공동주최했으며 시민토론회에 50여 명이 참여해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좌장은 김성대(파주시민네트워크) 대표가 맡았으며 최창호(파주시의회) 의원이 관련 논문을 근거로 발제가 이루어졌다. 토론자는 이재석 (DMZ 생태평화학교) 교장, 이기상(파주위키) 대표, 임현주(파주에서신문) 편집국장, 차문성(파주학연구소) 소장이 참여했다.

발제를 맡은 최창호 시의원은 지난 254회 파주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일제에 의해 해체된 심악(深岳) 문화지형의 회복’에 대해 5분 자유발언을 한 바 있다. 

최창호 의원은 “역사적 사료를 면밀히 검토해 일제에 의해 개명된 ‘심악산’이 원래 명칭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전하면서, “잊어진 심악 문화 지형의 역사·문화적 기억을 되살리고, ‘심악산’의 가치와 위상이 제고될 수 있도록 파주시가 노력해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발제에서 “심악이 음운 현상에 따라 심악, 수막, 심막, 심학으로 이형이 생겨 명칭이 바뀌었을 가능성 하나와 일제의 창지개명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여러 문학작품과 고지도에서 심악산의 명칭을 확인할 수 있으며 1913년 일제강점기(대일항쟁이) 심학산 명칭이 조선총독부 ‘조선전설급동화’에서 처음 기록됐다. 이는 풍수적 명당인 심악산 명칭을, 식민지배를 위해 바꾼 것이다.”라고 제기를 하였다. 

이재석 교장은 “심(深)이라는 글자가 깊다는 뜻으로 심학강의 이름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공릉천의 다른 이름인 보심천과도 연계된다”며 “심학산의 심자가 깊을 신자를 쓰는 것이 동일하다. 다양한 명칭이 존재하며 구전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기에 심학산이 현재 시점에서 반드시 폐기돼야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심학산 지명의 한자는 학을 찾은 산이라는 의미로 심학산(尋鶴山)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깊을 심(深)에 큰 산 악(岳)자를 써서 심악산(深岳山)으로 기재됐다.

이기상 대표는 “일본제국주의가 음가가 비슷한 명칭으로 교묘하게 심악산 이름을 바꾸었다고 지적했다. 1984년에 파주시에서 발간한 파주군사까지는 '심악산'으로 표기 됐지만 1995년 파주군지부터는 '심학산'으로 변경됐다. 2007년부터 심학산 돌곶이 꽃축제와를 추진하며 심학산 둘레길에서 이름이 고착된 것”으로 보았다.

차문성 소장은 “1913년 조선총독부의 조선전설급동화는 당시 조선의 문화와 전설을 채록하고 조사하는 과정이 철저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으며, 과정을 볼 때 향촌의 이야기를 채록하는 수준이었다. 조선과 일본의 공통적 분모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것 자체로 창지개명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심학산 명칭은 1955년 심학국민학교 개교와도 연관성이 있을 수 있으며 지도와 행정개편 자료를 검토할 때인 1955년도 지도에서 심악으로 표기하던 것을 1965년도 지명조사표에 심학산으로 등장한다. 

이런 상황을 통해 우리는 공식·비공식적으로 병행해 심학산 명칭을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1974년 지도에서는 심학산이 명기되어 있기에 심악산 지명 회복은 정체성을 찾는다는 의미에서는 동의 하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심도 깊게 고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주 편집장은 “심학산 지킴이로 지역주민들과 활동을 해왔으며 고려시대부터 사용해 온 심악산 명칭으로의 변경은 역사적인 근거로 보아도 타당하며 관련 논문을 근거로 연구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874년 지도에 심악강, 심악산이 표기돼 있다. 제공/파주시민네트워크

토론회에 참석한 교하동 주민자치회 박용호 회장은 “일제에 의한 것이라면 추후 활동을 통해서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라고 주장했으며 파주마을공동체네트워크 김성희 운영위원은 “심학국민학교 개교 시 명칭변경을 위한 위원회 회의록을 찾아 검토하면 심학의 명칭에 관한 당시의 인식을 확인 할 수 있다”고 했으며 “1990년 초반은 지역 사회 교과서를 초등학교에서 만들면서 지방자치제도와 함께 지역의 스토리를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됐을 것이며 심학산에 학이 날라왔다는 내용도 이때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회를 마치며 좌장을 맡은 파주시민네트워크 김성대 대표는 ”열띤 토론에 참여해 주신 토론자와 참석자들에게 감사드린다. 토론회를 통해서 중요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기록을 살펴보며 조선총독부 ‘조선전설급동화’에서 처음으로 삼학산 명칭이 등장했으며 지명부로 살펴보았을 때도, 1915년 행정통폐합 시기 ‘심악산’명칭에 변화가 없으며 1965년 지명조사표에서 ‘심학산’ 명칭, 1974년 지도에서 ‘심학산’ 명칭이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심학산의 지명이 사용된 것의 원인을 찾는 과정은 앞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명칭은 사회, 문화, 전통을 기반으로 지역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심학산 및 파주 지역의 지명에 관한 논의를 심화시키고 교하 지명을 비롯해 지명의 의미를 찾았고 올바른 표기에 관해 논의하기 위한 2차 토론회를 제안한다”고 전했다. 

토론을 진행하며 관련 논문을 쓴 ‘한강하구 ‘심악(深岳)’ 문화지형의 형성과 해체’ 저자(정우진, 김일림)와의 대화, 교하지명 등의 추가 토론에 관한 내용이 나온바, 앞으로 2차 토론회도 예상되고 있다. 

pajusida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