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화선 은퇴 기록, 말과 글의 씨알을 담다
입력 : 2021-03-09 19:23:22
수정 : 2021-03-17 21:40:27
수정 : 2021-03-17 21:40:27
류화선 전 경인여자학교 총장 사진/토담미디어 제공
사진/토담미디어 제공
류화선<사진> 경인여대총장이 2021년 2월, 퇴임했다. 그는 고향인 심학초교를 졸업하고, 양정중 · 고교와 서울대 문리과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대기업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후 말단에서 부장, 한국경제신문기자, 편집국장, 대표이사, 지방자치단체장(4-5대 파주시장). 공기업사장, 경인여대총장직을 마지막으로 화려한 이력에 마침표를 찍으며, 『꿀잼배움 찐가르침』과 『나는 루키였다』 두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책은 토담미디어에서 출판했으며, 출판과정을 함께한 편집장으로서 저자와 저서를 소개한다.
꿀잼배움 찐가르침 -류화선 총장의 말과 글
저자가 경인여대총장(7대, 9대)으로 재임하는 6년 동안에 했던 대표적인 말과 글을 총 6개 단원, 120개 챕터 외 권말부록 포함 336페이지로 요약하여 엮은 책이다.
교정에 등불처럼 내걸은 계절별 슬로건, 학교홈페이지에 게시한 학생과 교직원에게 전하는 당부와 격려의 글, 교내외 식사와 축사, 세계시민으로 살아가야 할 봉사의 필요성, 방송사 및 각종 매체 인터뷰, 제대로 전달되는 글쓰기 등, 특히 성경구절을 인용하여 하루하루 전하고픈 메시지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철학의 깊이는 감성의 온도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피할 수 없던 교내외 절체절명의 고난 속에서도 그의 말과 글의 씨알은 항상 잎을 돋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총장으로서 경인여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이 나라 교육계의 앞날을 걱정하는 크기가 얼마 만큼이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 책은 대학교백서로서 한정짓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교육을 망라한 설법의 진수와 사람경영의 지침서이다.
사진/토담미디어 제공
나는 루키였다 -류화선의 삶과 생각
전직 대기업 임원, 언론인, 공기업 사장, 교수, 지방자치단체장(4-5대 파주시장), 경인여자대학교총장(7대,9대)에 이르기까지 사회 모든 분야에 막힘이 없던 그는, 스스로를 루키rookie(초보)라 말한다. 가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레전드가 되기까지 자신의 경험과 내공을 총 20챕터 207페이지 안에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자전에세이의 정찬이다.
저자에게 원고를 받고 편집에서 출판까지 6개월을 소요했다. 출판사의 편집은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일에 있어 까다로움이야 저울에 올려놓아도 누구 하나 기울지는 않지만, 책이 세상에 더디 나온 이유엔 명분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서문의 일부를 인용한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지나온 삶을 글로 남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가는 곳 마다, 하는 일 마다 운이 따랐다는 것 외에 달리 쓸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게 뻗친 운발 자체가 함께한 분들로부터 받은 인복임을 깨닫고서야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스스로 빛나는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보석도 받은 빛을 제대로 반사해야 빛이 납니다. 별도 어두운 하늘이 있어야 빛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제 스스로 빛을 낼 수는 없었습니다. 빛을 발하게 해 준 분들께 저는 큰 빚을 지며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대의를 핑계 삼아 그분들께 되레 마음에 상처를 드리지 않았나, 돌이켜 숙고해 봅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밤은 길고 후회도 깊었습니다. 태생이 앞서나감을 추구하다보니 겸손과 지혜에서 많이 부족했음을 고백합니다.…<후략>-
저자 류화선은 식사든 축사든 슬로건이든 모든 글을 본인이 직접 쓴다. 완벽에의 충돌을 즐기는 그의 성격 그대로 뇌를 비틀고 피를 짜서 활자를 완성한다. 그는 지독한 독서광이며, 저술가이며, 독설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말과 글은 바르고 단정한 정공법이 골격이다. 복잡하거나 모호함이 없다. 쉽고 담백하다. 전달력이 강하다. 그의 필력 또한 과거 다수의 저술 활동과 한국경제신문사 편집국장을 역임한 타이틀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단문의 명료함이 돋보이는 절대적 문장가이다.
그는 두 권의 저서에서 책을 읽는 것 못지않게 제대로 잘 전달되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독서를 강조한다. 메모와 다상량을 권한다. 그의 글은 곧 말이다.
즉 말하듯 쓴 글이다. 그래서 말과 글이 일치한다. 쉬우면서도 가볍지 않고, 묘한 끌림이 있다. 선명하되 원색적이지 않고, 투명하되 철학적중독이 있다. 누구나 차근차근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다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긋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쉽게도 경인여대백서 『꿀잼배움 찐가르침』은 비매품으로 제작했으며, 자전에세이 『나는 루키였다』는 저자의 요청으로 판매를 하지 않는다.
두 권 모두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조력자들에게 빚을 갚는 마음으로 만들었으니, 책도 당연히 그분들의 것이라고 했다. 역시 침식을 많이 당한 산맥이 더 높아 보인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다. “책이 잘 나왔습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감사합니다.” 6개월의 묵직함이 뭉클하다.
토담미디어 편집장 하현숙(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