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이어진 골프장 캐디의 안타까운 사연

직장 내 괘롭힘 방임? 회사 측 진상조사조차 안해

입력 : 2020-09-28 00:33:31
수정 : 2020-09-28 00:33:31

▲ 파주지역 내 직장내 괴롭힘으로 동생이 자살했다는 주장을 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고인의 언니.

꽃다운 27살 나이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달리한 일이 발생, 안타까운 사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25일 A골프장과 민원인 등에 따르면, 파주지역 내 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A골프장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고 B씨의 언니 C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동생 입장에 대해 회사 측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진상요구 내용은 ‘상사의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난 내 동생생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G대(사학이 운영)는 즉각 진상파악 하라’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내 괴롭힘의 금지) 법적으로도 보호 받고 있다. 

고인 B씨는 지난 9월 14~15일사이 한 모텔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됐고, 경찰 역시 자살로 결론을 내려 16일 공식적인 자살로 결론냈다. 

B씨는 발인 이후 어머니가 계신 부산 추모공원으로 안치했으나 언니 C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법에 호소하고 있다.

B씨의 직업은 특수종사자 직에 근무하면서 급여 없이 하루를 일해야 돈을 벌수 있는 직업으로 직장 상사에게 잘못 보이거나 실수를 하게되면 일에서 배제되는 일도 허다하지만 온갖 욕설을 들어도 할 말을 하기에는 어려운 직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B씨가 자살하기전 남긴 글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저 재입사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이렇게 저를 밑바닥까지 망가뜨려주신 건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라는 마지막으로 남긴 공식적인 말이다.

이 글을 남긴 주인공의 대상은 00골프장 캐디를 관리하고 있는 직장 내 고위 관리자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00이기전 직장 (2년전)동료였고 고인이 재입사 이후에는 00이 (캐디)이들을 관리하는 입장이 돼 있었다.

그런데 고인 B씨가 지난 8월 29일 자유게시판에 ‘다른 직원은 이런 피해를 당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올렸던 내용이지만 올린 글이 20분도 안돼 삭제됐을 뿐 아니라 이후 1인 시위(24~25일)가 시작되니까 취재 당일인 이날(25일) 회사측에서 나와 진상조사 할 뜻을 밝혔다.   

이런 과정에서 잘못을 가리기 전 유족의 마음을 먼저 달래줘야 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인 것에 비해, C씨는 “1인 시위를 하니 골프장 관계자는 영업방해가 된다는 말이 앞섰으며 추후 진상조사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해 앞과 뒤 순서가 바뀐 말에 대해 복받친 감정을 드러냈다.

특히 C씨는 “1인 시위는 법으로 보장돼 있는건데 협박 하시는거냐?” 따져 물었다. 실제로 1인 시위는 보장받을 수 있고 영업방해도 안되며 집회조차 신고를 안해도 관계없다. 

이날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 출동했으나 별 다른 이유(영업방해 등) 없이 돌아간 것으로 1인 시위를 한 민원인에 의해 확인됐다.

한편, 고인 B씨가 작고하기전 회사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00에 대한 글이다.(일부 중략) 00님. 오늘 00 기분 좋더라? 웬일이지? 오늘 00 기분 별로인거 같은데 괜히 건드리지 말자.. 이게 저희(캐디들) 주 대화 내용이에요 아셨어요?

캐디인 저희를 통괄하는 사람은 00님이에요. 사람들간에 개인감정 넣어서 치우치지 마시길 바래요. 불합리한 상황에 누군가 얘기를 한다면 제발 좀 들어주세요... 얕봐도 되겠다. 어리니까 아니 어리지만 할 말 다하는 애들이 있네? 그런 애들은 덜 해야지... 제발요 사람들 다 감정있구요 출근해서 제발 사람들 괴롭히지 마세요. 그리고 같은 상황에서 무전도 차별화해서 하지마요.

27살 어린 나이에도 정확한 문구(문법)를 사용한 것이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며 고인 B씨가 퇴사전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사연으로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글들인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짧은 시간 내 삭제된 것에 의문점이 있을 뿐 아니라, 특히 게시판 마지막 글에 “저 재입사 (00)님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이렇게 저를 밑바닥까지 망가뜨려주신 건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에 주목했어야 하지만 골프장 측은 이를 무시한 경우로 보여진다.

괴롭힘을 받았다는 건 실제 상해를 입었거나 괴롭힘을 당했다는 증언이나 증인이 없으면 성립되기 어렵다. 

이를 두고 퇴사한 전 캐디 출신 D씨는 “홈페이지 관리자(캐디 실질적 관리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진상조사를 했어야 하지만 고인이 올린 글을 삭제했다는 건 방임 뿐 아니라 은폐 의혹까지 일고 있는 대목”이라며 “관리자가 이를 간과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사태를 확인하고자 1인 시위 현장을 방문한 파주시의회 이효숙 시의원은 “같은 여자(딸보다 어린)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런 내용을 접하고 잠을 이룰 수 없을 만 큼 가슴이 아팠다”라며 시설을 관리 감독하는 파주시에 경위를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김영중 기자 stjun01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