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의 악기에서 명상의 악기까지... 징, 심벌즈, 싱잉볼 등 세계의 둥근 쇠 악기들의 장엄한 울림이 시작된다!
최근 명상과 힐링의 악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싱잉볼(Singing Bowl), 공(Gong)과 같은 악기들은 본래 전쟁과 종교적 제의의 악기였다. 세계 최초의 군악대인 오스만튀르크의 메흐테르(Mehter) 군악대가 당시 적군을 벌벌 떨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심벌즈의 우레와 같은 소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렇게 쇠로 만든 원형의 악기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명상의 소리부터 천하를 뒤흔드는 파괴적인 소리까지 양극단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징, 심벌즈, 싱잉볼 등 원형의 동제(銅製) 타악기의 다양한 형태와 소리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파주시 헤이리예술인마을에 위치한 세계민속악기박물관(관장 이영진)에서 지난 5월 3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쇠를 울려라 - 공과 심벌즈의 세계’이다.
‘2025년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는 우리나라의 징과 꽹과리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터키, 중국, 북아프리카를 아우르는 공 19점과 심벌즈 18점, 체험악기 8점, 총 46점의 악기를 전시하고 있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 기획전시실>
우리나라에서 징(大金)이나 꽹과리(小金)로 부르는 악기를 국제적으로는 공(Gong)이라 부른다. 보통 가운데 볼록한 타점이 있는 것이 더 일반적인 형태로서, 우리 것처럼 평평한 것은 차우공(Chau Gong)이나 탐탐(Tam Tam)이라 구분하여 일컫기도 한다.
중앙이 볼록하게 돌출된 공은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소리가 또렷하고 음높이의 변별력이 좋다. 반면, 평평한 공은 더 넓은 음역대의 소리를 동시에 울려 풍성한 울림을 선사한다.
심벌즈의 경우도 중앙의 돌출부를 크고 작게 만들어 소리의 풍성함과 여음의 차이를 주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평한 공과 볼록한 공의 소리 차이도 확인하고 다양한 싱잉볼과 경쇠의 아름다운 진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그 외에도 여러 개의 공이 달린 윈루오(云锣/Yunluo), 4개의 공을 동시에 연주하도록 만들어진 망루오(Mangluo), 16개의 공을 빙 둘러 배치해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 콩웡(Khong Wong), 거북이 형태를 한 심벌즈 챙챙(Cheng Ceng) 등 다양한 변형 악기도 흥미를 더한다.
□ 인도네시아 금속 타악 앙상블 가믈란(Gamelan) 합주 무료 체험 기회!
전시와 연계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금속 타악 앙상블인 가믈란(Gamelan)을 배우고 합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비했다.
가믈란은 다양한 공(Gong) 악기들이 중심을 이루는 앙상블로, 공동체성을 기르는 교육적 가치뿐 아니라 심리 치료적 효과를 인정받아 많은 국가에서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경험할 기회가 흔치 않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이번 기획전을 맞아 8월 방학 기간 중 가족 대상으로 8월 8일(금)과 9일(토) 양일간 가믈란 연주 체험을 진행한다. 악기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합주의 희열과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기회가 제공된다. 체험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전화로 접수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영진 관장은 “공과 심벌즈는 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신성한 힘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고 부와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우리 문화에서도 쇠는 하늘의 소리, 북은 땅의 소리라고 했다. 5천 년이라는 오랜 역사에서 세상을 뒤흔들기도 하고, 내면을 치유하기도 했던 소리의 신비가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라고 전시의 의미를 전했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악기는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공동체의 삶을 투영하는 인류학적 보고(寶庫)다. 2003년 파주 헤이리에 개관한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악기박물관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악기를 소장하고 있다.
전 세계 120개국에서 수집한 2천여 점의 악기와 민속자료를 소장ㆍ연구ㆍ전시하고 있으며, 세계의 악기를 직접 만나고 연주하고 만들어봄으로써 지구촌 곳곳의 역사와 음악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박물관이다.
pajusida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