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 물결이 흔들거리는 느낌이 담긴 표지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아니 사실은 푸른 바다색이 아닌 흑백사진이어서 더 눈길이 갔다.
이십여 년 전 어린 시절에 마주했던 대천 밤바다의 물결이 문득 떠올라서였을까? 어쩌면 그 때의 내 호기어린 삶의 시간들이 생각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펼쳐지는 이십대 여성 수민씨는 국제대학원 재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나갔다가 가장 쓸모없는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서 사진암실수업을 선택했고 흑백사진의 매력에 빠져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태평양을 5개월간 요트로 항해하며 느꼈던 삶의 조각들을 사진과 글로 남기게 되었다.
바다 위의 삶에서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정말 중요하다. 배 위에서 윈드인디케이터로 매일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고 돛의 팽팽한 정도에 따라 바람의 힘을 느끼며 지낸 수민씨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이동한다는 것, 무언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내가 계산하고 내 의지대로 전진한다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라고. 물론 그녀에게 배에서의 시간은 녹록치 않았다.
50대가 대부분인 남자동료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무시당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리 극한 상황이라도 스스로가 소중하고 그만큼 상대방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그 시간을 책을 읽으며 함께 배우게 된다.
수민씨의 솔직담백한 글도 좋지만 중간쯤에서 책을 반대로 뒤집으면 흑백사진집으로 변신하는 책의 구성도 재미있다. 특히 태평양의 푸른 빛 바다를 흑백사진을 통해 상상하는 맛은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자료제공 : 발전소책방·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