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용주골 성매매집결소 자작나무회 한 모(42) 대표가 청원서를 제출하고 파주시의회 이성철 의장과 청원을 소개한 최창호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파주바른신문
[파주시대 김영중기자]= 파주읍 연풍2리(일명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종사자들이 파주시의회를 방문, 전달한 청원서가 현재 계류중에 있어 파주시의회(의장 이성철)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연풍2리 용주골 성매매업소에서 종사하고 있는 자작나무회 회원들은 파주시의회 이성철 의장과 청원 소개를 한 최창호 의원에게 (성매매 종사자) 그들의 입장이 담긴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 내용은 “최근 파주시가 올해 안에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겠다며 집결지 골목까지 거리 행진을 벌이는 등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움직임을 지척에서 바라보면서도 불법 성매매라는 그 올무에 갇혀 감히 항변 한번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라고 시작했다.
파주시의회는 이 청원서를 받은 후 법령 문제가 대두 돼 법률 자문을 구하기 위해 자문 변호사 4명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3명의 자문위원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수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1명의 자문위원은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라 반려해야 한다고 자문했다.
통상적으로 청원서 수리는 요건만 맞으면 반드시 수리해야 하며, 법률 자문을 구한 것은 법리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에 자문을 구한 것이고 그 결과대로 수행하면 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파주시의회는 의원총회에 넘겨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이지만 수리를 하지 않거나 수리를 해태하기 위해 의원총회로 넘기는 것은 시의회(의장의) 권한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앞서고 있다.
더욱이 성매매집결소 정비계획을 세우고 일사천리로 업무처리를 하고 있는 파주시가 의회에 ‘청원서 수리를 해주면 안된다’고 의원들로부터 전해지고 있어 시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사실상 월권행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파주시의회 청원 규칙에 보면 청원 서류와 내용에 문제가 없으면 의장이 접수하도록 되어 있고, 판단하기 어려운 법리적 문제가 있으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의장이 처리하도록 그 권한이 부여돼 있는데, 의원총회에 넘기는 것은 의장의 직무유기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해 “청원 소개 의원이 강력하게 항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집행부가 청원 내용이 파주시 시책에 반하는 것이라 수리를 거부할 것을 주문했다고 해도 파주시의회 청원 규칙 제10조 3항에 “청원의 취지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시책에 어긋나는 등 타당성이 없는 경우”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 절차가 명시돼 있어 이를 심의조차 하지 않고 불수리를 하는 것은 파주시의회 청원 규칙을 정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어서 청원 취지에 위배된다 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성철 의장은 “자문은 법률적인 검토의 한계지 (청원서 수리를) 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해외연수 가기 전 의원총회(20일 저녁 7시)에 부쳐 동료 의원들 다수의 의견을 들어보고 따라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위원회는 청원의 회부일로부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폐회중의 기간을 제외하고 10일내에 심사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하여야 하며 이 기간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할 때에는 의장에게 중간 보고를 하고 심사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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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자작나무회'가 파주시의회에 제출한 청원서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파주시의회 이성철 의장님을 비롯 파주시의원님. 저희는 연풍2리 성매매집결지 종사자 자작나무회 회원들입니다. 불철주야 우리 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는 성 노동자들입니다.
이렇게 청원을 올리게 돼 마음이 떨리고 무겁습니다. 그러나 정말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 이렇게 대의기관인 파주시의회의 문을 두드리니 청원서를 보시고 선처하여 주시면 그 은혜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청원내용>
최근 파주시가 올해 안에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겠다며 집결지 골목까지 거리 행진을 벌이는 등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움직임을 지척에서 바라보면서도 불법 성매매라는 그 올무에 갇혀 감히 항변 한번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성 산업은 옛날처럼 업주들이 강제로 인신을 감금해 성매매를 시키는 그런 구조가 아닙니다. 사회적 부적응과 뒤틀린 가족 환경, 가난과 폭력 등의 여러 사연으로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선택한 직업입니다. 저희는 지금 성노동자의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청원을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거의 경제생활이 마비된 지난 몇 년은 대출로 이어나가야 하는 지옥이었습니다. 이제 코로나가 완화돼 경제력을 회복해 나가는 상황에서 파주시의 성매매집결지 폐쇄 선포는 정말 앞이 캄캄할 뿐입니다.
현재 우리가 있는 대추벌 성매매집결지는 2017년 재개발조합의 설립으로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아 2,593세대가 들어서는 파주 1-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부지 안에 있습니다. 이러한 주변 환경으로 결국 성매매집결지 건물과 토지가 수용돼 자연스레 정비가 되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갑자기 파주시가 공권력을 내세워 물리적 충돌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코로나는 성 산업에 직격탄이었습니다. 그 몇 년간 우리가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그렇다고 가족한테 매달 보내야 하는 생활비는 거를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돈을 빌려 쓰고 이제 그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가려고 하는 이런 마당에 공권력이 우리를 사지로 몰아내면 우리더러 어떻게 살라는 말씀입니까? 도대체 우리가 어떤 결심을 해야 하겠습니까?
이성철 의장님, 그리고 윤희정, 오창식, 목진혁, 박은주, 손형배, 최창호, 박대성, 최유각, 이익선, 손성익, 박신성, 이정은, 이혜정, 이진아 의원님.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파주시의 물리력보다 파주시 행정력을 총동원해 재개발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그것이 성매매집결지 정비를 빨리 마무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성매매집결지 폐쇄 소식이 들렸을 때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종사자 모임인 자작나무회 회원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성매매집결지 철거에서 흔히 발생했던 폭력적 방어가 아니라 조금 더 냉정하게 되돌아 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설문지를 만들어 80명의 의견을 받았습니다. 이를 청원서 자료로 제출합니다.
그래도 재개발조합은 불법성만 강조하는 행정기관의 원칙보다 보상의 범위 등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여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를 공권력으로 막지 않았으면 합니다. 파주시의 성매매집결지 폐쇄 방침이 건설업자의 골칫거리를 덜어주기 위한 프로젝트였다는 오해를 우리가 갖지 않도록 파주시의회가 적극 도와주시면 그 감사함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청원을 외면하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