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조 시인 故 양만규
파주 문학계의 원로로 최근까지 문화관광해설사와 문예창작 강사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던 시조시인 양만규 선생이 지난 2월 5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인은 파주 문산읍 문산리에서 태어나 문산초, 문산 중, 문산농업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후 교직에 헌신해 풍생중학교와 서을남대문중학교에서 교사와 교감을 역임했다.
교직자의 길을 걸으면서 함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지펴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 가곡작사가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시조생활지 편집위원, 파주문화원 문예창작 강사, ‘한글’ 강사로 활동했으며, 파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또 파주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병을 얻기 전까지 경기도문화관광해설사로 활약했다.
노랫말에도 관심을 기울여 ‘성북구민의 노래’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으며, 시조에 곡을 붙여 음반을 제작하고 이것이 고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경기문학상, 경기예총예술인대상, 파주문협문학상, 시천시조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서울 성북구민상, 파주시민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논문> ‘현대 국어작문의 오류에 대한 실증적 연구’ ‘우리나라 교가 가사애 대한 연구’ 가 있고, <수필집> ‘내 인생의 다리를 놓고’ <시조집> ‘녹두장군의 춤사위’ ‘갈짓자로 걸어라 나의 가얏고’ 가 있다.
또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엮은 축시집 ‘손잡은 내 소중한 사람’ ‘오직 한 님’과, 우리나라 초중고 대학 2천274개교의 교가를 3권의 책으로 엮은 ‘한국의 교가 가사 모음집 Ⅰ,Ⅱ,Ⅲ’ 이 있다.
시인의 생애와 문학세계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평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사진은 파주문인협회에서 주관한 추도식
다음은 선생의 대표시와 추모시
고개 / 양만규
여기 주막 하나쯤 있음직한데 비어 있구나
휘황한 거리에서 두어 마장 지난 자리
불 꺼진 마음 같아라 멈춰서는 내 발길
하늘 있고 별이 있고 지나가는 바람 있고
신명 떠난 돌무덤에 던져 놓은 백동전을
달빛에 건져 올렸다 흙이 묻어 있구나
이럴 때 칼을 타는 무녀라도 되어지고
초혼을 노래하라 바람이여 나무여
뒷짐 진 아버님 같은 내가 나를 예서 본다
그 새는 / 양만규
나의 시는 울지 않는 새 새야새야 파랑새
좀체 울지도 않을 나 없는 날이면
그 새는 바람 안고와 흙처럼 울다간단다
그저 그 목청도 조금쯤 그 깃 닮아
꽃처럼 이뻐하지도 않을 나 없는 날이면
그 새는 산을 지고와 바위처럼 울다간단다
열두 줄 무등 타고 굽이굽이 줄 고르는 밤
강처럼 춤추지 않을 나 없는 날이면
그 새는 달을 타고와 거문고처럼 울다간단다
추모시 / 장기숙, 시인
故 양만규 선생님 영전에
낙엽이 지듯이 꽃잎이 흩날리듯 홀연 먼 길 가신 님이여
그대 꽃잎 같은 향기, 실바람소리 같은 노래
여기 아직 남아 있는 지상에 벗들 함께하노니
가슴이 뜨거운 님이여
그대 평생 짓던 율과 노랫소리 소리 들립니다.
어둠속에 불 밝히 듯 흐린 눈을 씻어내듯
시조를 사랑하고 시조에 고뇌하던 이승의 길목
문학의 꽃을 피우고 맑은 내가 흐르게 하던
그 아름다움을 경하하노니
우리의 가슴가슴 하늘도 뭉클 눈물이 납니다.
하늘의 별 만큼 그 많은 사람들의 축시
교정마다 울려퍼지는 교가, 심금은 울리는 노래시가
파도처럼 출렁이고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습니다.
깨어나라 일어나라 진리의 길을 열던
그 지성 메아리도 푸르러 천지에 출렁이노니
높이 있는 님이여 뉘라서 그 뒤를 쉬이 따르오리까
님께서 가꿔 놓은 상록의 숲길에서
그대가 못 다한 시를 쓰고 못 다한 꽃을 마저 피우도록
더러는 푸른 별빛으로 우리들의 밤을 비춰도 주소서
잠시 여기 남아 한 점 흰 구름 바람에 실려 가듯
저 울리는 황금 종소리 청아한 본향에
우리 모두 가 닿는 날
슬픔은 비처럼 걷히고 고뇌는 안개처럼 사라져
환희의 가슴과 가슴끼리 얼싸 안을 때까지
부디 영생하소서 부디 영생하소서
제공/파주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