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대 배윤경기자]= 경기도교육연구원(원장 박정일)은 근래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성과 관련, 청년 세대가 ‘능력주의’, ‘절차적 공정’ 등을 주장하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기존 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청년 세대의 공정성 인식 구조 분석」(연구책임자 심재휘 부연구위원)을 발간했다.
책에 따르면, 청년 세대는 공정성에 가장 민감하며 공정성을 ‘능력주의’, ‘절차적 공정’ 등과 주로 연결하는 세대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정성 담론이 주로 정치 영역에서 청년 세대를 지지층으로 포섭, 결집하기 위한 논리로 이용되면서 이러한 논의가 고정관념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청년 세대는 생애주기상 대학생, 취·창업자, 구직자 등 다양한 신분 상태에 놓여 있으며, 공정성 인식의 대상이 되는 상황도 교육기회, 취업기회, 소득분배, 재산형성, 법 집행 등으로 다양하다. 이처럼 개인의 처지나 공정성 인식의 대상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인식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수행한 설문조사와 면담조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청년 세대의 공정성 인식은 “재능+노력=실적” 공식에 따른 능력주의 분배 정당화, 출발선을 맞추는 능력주의 경쟁 지지, 절차공정성을 보장하는 공평한 경쟁 지지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될 수 있다.
주관적 계층의식이나 출신 대학의 위세가 높을수록 능력주의를 선호하는 반면 이외 집단에서는 절차공정성을 강조하는 태도를 주로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이 가장 부족한 것으로 여겨지는 영역은 소득 분배와 재산 형성 등 경제적 자원의 분배 상황이었는데, 20대에서 다수 집단에 해당하는 대학생들은 이러한 문제에는 크게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취·창업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30∼40대의 핵심 노동연령층에서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공정성 실태를 가장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관계가 확인되기도 했다.
한편 법의 집행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세대를 막론하고 부정적인 응답이 두드러졌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의 공정성 인식은 기회나 재화의 분배의 절차가 더 공정해야 한다는 필요성 인식보다는 절차적 공정을 어기는 편법적 행위가 적발됐을 때 사회계층 여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잣대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과응보의 감정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성 인식은 청년들이 우리 사회를 신뢰하고, 긍정적인 미래 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주로 상류층에 가까울수록 우리 사회가 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믿음과 긍정적인 미래 전망을 가지게 되는 관계도 함께 확인된다.
그리고 계층 배경을 통제했을 때는 공정성 인식과 사회 신뢰, 긍정적인 미래 전망의 관계는 유명무실하다. 이러한 결과를 봤을 때, 청년들이 겪는 좌절과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불공정보다는 불평등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계층 지위가 높을수록 우리 사회가 능력주의에 따라 기회와 재화의 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현재의 사회구조를 정당화하는 반면, 계층 지위가 낮을수록 가정배경에 따라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기회구조를 감내하더라도 경쟁의 과정에서나마 그러한 불평등이 더 심해지지는 않기를 바라며 절차적 공정을 주장하는 계층 집단 간 인식 차이로 귀결된다.
경기도교육연구원 관계자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90년대생’ 또는 ‘MZ세대’ 등으로 일컬어지는 특정 연령 집단에서만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었다. 학생에게는 대학 진학이나 취업, 취·창업자에게는 소득 분배나 재산 형성, 부모에게는 자녀 교육 등 모든 개인들이 마주한 생애주기 발달 단계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영역에서 자신의 처지에 따라 제각기 공정성을 주장하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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