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둥그렇게 꽉 들어찬 달이 가로등 위에 자리를 잡았다.보름달이다.
그런 달을 보았다면 달력을 헤아려볼 필요가 없다.
보름이거나 보름에 가까운 즈음일 날이 틀림없을 테니 말이다.
섣달 보름에 이르렀으니 이제 기울어질 저 달처럼 음력으로도 한해가 서서히 저물 것이다.
보름달이라지만 서쪽하늘 끝에 다다랐으니 이제 곧 새벽을 물릴 것이다.
언뜻 보면 둥그런 달들이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것처럼 보인다.가로등이다.
하지만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오르는 달빛의 오묘함을 가로등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다.
섣달의 보름달은 서서히 기울지만 비워진 만큼 그리움으로 채워진다.
가로등불은 그저 시간이 되면 무상하게 툭 꺼질 뿐이다.
얼추 비슷해 보인다지만 그걸 구분해 낼 수 있는 건 이미 수없이 차고 기울어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굳이 따지자면 사람은 가로등보다는 달과 더 닮았다.
누구나 다 그렇다. 누구라도 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