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자유로의 평소 저녁하늘이 다양한 색채의 수채화나 유화를 보는 느낌이었다면
어제 본 자유로의 저녁하늘은 먹의 농담만으로 표현된 수묵화에 가깝다.
굳이 조금 더 세밀하게 얘기하자면,
수묵화에 엷은 채색을 입힌 수묵담채화 정도의 느낌이었다고 할까.
먹물을 잔뜩 머금은 붓이 하늘에 이리저리 획을 그어 가늠할 수 없는 깊이를 만들었다.
‘소박(素朴)을 귀하게 여긴다.’란 말이 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로,
"소박(素朴, 본래의 참된 것)함이란 다른 것과 섞이지 않은 것이며,
순수(純粹)함이란 정신이 조금도 이지러지지 않은 것인데, 이 순수함과 소박함을 모두 깨달은 자를
'진인(眞人)'이라 부른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채색위주의 그림과는 다르게 수묵화의 매력은 소박함에 있다.
먹의 농담으로 표현되는 수묵화는 화려함은 없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어제 본 자유로의 하늘이 그랬다.
붉은 노을의 화려함은 없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깊이가 있었다.
소박함이었다.
장자는 "순수하고 소박해지는 길은 오직 정신의 신령함을 지키는 데 있으며,
신령함을 잃지 않고 그것과 하나가 되면 이 하나의 정수(精髓)는
어디나 통하게 되어서 자연히 자연의 도리와 합치하게 된다."라고 설파 하였다.
어제의 느낌이 딱 그러하였다.
순수하고 소박한 기운이 하늘에 닿아 정수를 그려낸 느낌.
그곳에 나의 감정 하나를 엷게 채색한 느낌.
그래서 나만의 수묵담채화 한 폭을 하늘에 펼쳐낸 그런 느낌이었다.
“소박(素朴)을 귀하게 여긴다.”
전혀 섞이지 않고 살아갈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꼭 섞여야한다면
참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함께였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과 이지러지지 않은 정신을 가지고 살고 싶다.
그렇다고 감히 진인(眞人)이 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닮고 싶을 뿐이다.
자유로의 소박(素朴)한 하늘을.
가능하다면 여러분들께 권하고 싶을 뿐이다.
진인(眞人)과 닮은 그 순수한 자유로의 하늘이 가진 깊이를.
하늘의 소박함을 닮고 싶고 권하고 싶을 뿐이다.
소박(素朴)을 귀하게 여기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