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 (사)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2장: 이상한그릇(2회)
“도토리 같은 그릇이 있으면 좋겠다”
나들의 마음은 모두 같았어요. 양쪽으로 머리를 묶은 예쁜 누나가 한 손에 도토리를 들고 다른 손으로 속을 파냈어요. 뾰족한 부분을 아래로 하고, 까칠까칠한 위쪽을 두드려 열어서 속을 보여주었어요.
그런데 누나들이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나 봐요. 도토리 그릇에 넣을 음식이 너무나 적다고 던져 버렸어요. 기특한 생각이었지만, 누나들은 모두 쓸 수 없는 거라고 아까워하지도 않고 내던져 버리고 말았어요.
꼬맹이는 누나들이 내동댕이친 도토리를 손에 들고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어요.
‘너도 나처럼 쓸모없다고 버려졌구나.’
꼬맹이는 버려진 도토리처럼 사냥을 나갈 수도 없었어요. 땅바닥에 오래 앉은 채로 누나들 눈치만 보았지요. 밭일이든 바느질이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 게을러서 늦잠만 잔다는 말을 인정했어요.
꼬맹이가 멀뚱멀뚱 형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다가가 손을 꼭 잡고 누나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셨어요.
마침, 모두는 대왕 할아버지가 일러 주신 대로 흙을 빚고 있었어요. 도토리 모양으로 좀 더 큰 그릇을 만들면 좋겠다 생각하고 모두 한마음으로 일하는 참이었어요.
마당에 둘러앉아 소곤거리는 누나들 속에 꼬맹이도 끼어들고 싶었어요. 누나들은 수없이 버린 도토리를 손으로 계속 만지작거리며 생각을 나누었어요.
큰누나가 말했어요. 그릇은 바닥이 미끄러우면 안 된다고요. 그리고 자신 있게, 도토리 바닥처럼 까칠까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내었어요. 큰누나의 말 한마디에 조용해졌어요. 큰누나는 언제나 생각을 깊이 한다고 할아버지께 칭찬 들어서 가족들 모두가 믿고 따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