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마을에 두개의 산이 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하나의 산이었으나 지금은 둘로 나뉜 산이 있다.
사람들이 길을 내고 마을을 만드느라 갈라졌지만 사실은 같은 산이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큰 산을 형님산이라 부르고 작은 산을 동생산이라 부른다.
핏줄이라도 하나로 이어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호칭이다.
하나의 산이었지만 오랜 세월을 둘로 나뉘어 살다보니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형님산에는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었고, 동생산에는 개나리가 군락을 이루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확연하게 다른 꽃을 피우는 두 산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형님산에 개나리가 아주 없는 건 아니고 동생산에 진달래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드물다는 얘기다.
간혹, 개나리와 진달래가 인접하게 핀 광경을 목격할 때가 있다.
앞에 있는 개나리에 포커스를 맞추면 뒤에 있는 진달래가 조연이 되고,
뒤에 있는 진달래에 포커스를 맞추면 앞에 있는 개나리가 조연이 된다.
누구나 주연이 되고 싶어 하는 세상이지만 이제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형님산과 동생산을 이어주는 역할이라면 개나리와 진달래는 조연이 되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동생산의 개나리 군락은 형님산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
형님산의 진달래 군락은 동생산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
비록 지금은 둘로 갈라졌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은 여전히 애틋하다.
어쩌면 그 마음이 연분홍 진달래와 진노랑 개나리로 피어났을지도 모르겠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인접하게 핀 광경을 목격할 때가 있다.
내 눈엔 둘 다 마땅히 주연이지만,
굳이 어느 하나를 조연이라 칭한다 해도 주연보다 주목 받을 씬스틸러임에는 틀림이 없겠다.
사람들은 산을 갈라 길을 내었지만,
갈라진 산은 사랑을 나누어 연분홍 사랑과 진노랑 사랑을 세상에 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