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꽃이 피기 전 봉오리일 때의 홍매화를 좋아한다는 게 맞겠다. 이는 옛 선비들이 매화를 귀하게 여긴 네 번째 이유와 일치한다.
조선 초기의 문신이자 서화가인 강희안(姜希顔)은 '양화소록'에서 매화를 1품으로 분류하며 '옛 선비들이 매화를 귀하게 여긴 것은 첫째는 함부로 번성하지 않는 희소함 때문이고, 둘째는 나무의 늙은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며, 셋째는 살찌지 않고 마른 모습 때문이며, 넷째는 꽃봉오리가 벌어지지 않고 오므라져 있는 자태 때문'이라고 기록했다.
생각해보니 이는 매화뿐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과도 상당히 많이 일치한다.
함부로 말하지 않고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는 매화의 희소성과 같으며, 검소하고 소박한 노년의 아름다움은 늙은 매화나무의 아름다움과 같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과하지 않게 자신을 다스리는 절제력은 살찌지 않고 마른 모습의 매화나무와 같으며,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겸손은 벌어지지 않은 매화의 꽃봉오리와 같다.
홍매화는 색을 가졌다. 배려와 검소와 소박과 절제와 겸손에 자신의 색을 붉게 입혔다. 그 당당한 배려와 검소와 소박과 절제와 겸손을 사랑한다. 이는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나의 정의이기도 하다.
홍매화의 계절이다. 귀한 아름다움이 붉게 봉오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