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도시에 살면서 밤하늘을 가득 채우며 빛나는 수많은 별들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캄캄한 공간에서 사물을 구별하지 못하는 건 어둡기 때문이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지 못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별을 가릴 정도로 밝은 빛 때문이다.
주변의 건물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쏟아내는 조명들이 직접적으로 밤하늘을 가리기도 하지만,
조명이 내뿜는 불빛들이 하늘 높이 떠있는 입자들을 비추면서 형성된 희뿌연 글로(glow)에
천체들이 묻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세먼지 주의보가 점점 더 심해지는 요즘엔 별 보기가 더 어려워졌다.
어둡다고 느끼는 밤에도 우리는 사실 빛의 공해 속에 갇혀있는 것이다.
불빛 때문에 별빛을 찾는 일이 어려워졌다.
빛으로 인해 빛을 잃었다.
동쪽의 새벽하늘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곧 떠오를 태양이 보내는 신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불을 밝히고 있다.
어둠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안간힘은 기다림을 허락하지 않았다.
잠시도 불빛을 끄지 못한다.
밤이 새도록 불을 밝혔다.
예전만큼 찬란하지도 뭉클하지도 않은 이유는 미세먼지 탓만이 아니다.
밤을 밝힌 빛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빛으로 빛을 잃고, 빛으로 감동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빛을 줄일 일이다.
찬란한 감동의 삶을 위하여 빛을 삼갈 일이다.
마찬가지로 소중한 무언가를 잃지 않으려면 너무 과하지 않아야 한다.
조금 어둡더라도 밝게 보려는 욕심을 줄이고,
조금 소원하더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야 한다.
정도가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딸깍’
수많은 욕심을 비춘 글로(glow)에 소중한 무언가를 묻혀버리지 않도록 가끔은 지나침의 스위치를 내릴 일이다.
“밤이 되면 불을 꺼야 하듯 욕심이 지나칠 땐 스위치를 내려라.”
동쪽의 새벽하늘을 벌겋게 달군 곧 떠오를 태양이 전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