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미세먼지주의보에도 불구하고 2023년 새해 첫날의 태양은 힘차게 떠올랐다.
미세먼지가 태양의 강력한 힘을 제지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2023년은 천간(天干)이 ‘계(癸)’이고, 지지(地支)가
‘묘(卯)’인 해로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마흔 번째 해인 ‘계묘년’이다.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니 '검은 토끼의 해'라 말할 수 있겠다.
‘검은 토끼’라고 하면 어감 상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는 검은색에 대한 편견일 뿐
이고 검은색은 예로부터 인간의 지혜를 상징하는 색이었으며 토끼는 풍요를 상징하는 동물이니 2023년 계묘년은 지혜롭고 풍요로운 해에 해당된다.
실제로 토끼는 조그맣고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우리의 정서에 가장 친근하고 사랑스럽고 선한동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동물보다 재빠르고 영특한 동물이다.
민간설화에서 보면 동물의 왕인 호랑이를 골탕 먹일 수 있는 지혜로운 동물이며 불교설화에서 보면 헌신과 희생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불교설화의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여우와 원숭이와 토끼가 불심을 터득한 것을 자랑하러 찾아오자 제석천은 이들을 시험하기 위해 시장기가 돈다는 말을 한다.
그러자 여우는 즉시 연못으로 달려가 잉어를 물어오고 원숭이는 도토리를 잔뜩 들고 왔지만 아무 것도 구하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온 토끼는 제석천 앞에 모닥불을 피우고 그 불속으로 뛰어들며 “내 고기가 익으면 잡수소서.”라는 말을 남겼고, 토끼의 진심을 가상히 여긴 제석천은 중생들이 그 유해나마 길이 우러러 볼 수 있도록 토끼를 달에 옮겨 놓았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을 달에서 토끼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설화이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설화 속 이야기들이지만 우리의 선조들이 토끼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세상이 요동치고 있다.
환율, 주가, 유가, 금리 등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경제수치들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널을 뛰고 있다.
그야말로 시계가 제로인 짙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요행을 바라며 무작정 아무 길로나 갈 수는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토끼의 성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호랑이보다 무섭고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영특함과 공정을 가리는 일에 지혜롭고 정의를 위한 일이라면 그 누구보다 재빠르며 어려운 일 앞에서는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토끼와 같은 성정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2023년 계묘년이 시작됐다.
세상에 아무리 어려운 일이 많더라도 이는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의 강력한 힘을 막아설 수 없는 미세먼지에 불과하다.
계묘년은 지혜롭고 풍요로운 검은 토끼의 해이다. 추위를 녹이는 햇살처럼 우리 모두의 앞날에 풍성한 결실이 햇살처럼 퍼지는 한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파주시대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