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무조사 경기 잡아먹는 ‘하마’라고

입력 : 2013-07-31 18:48:52
수정 : 2013-07-31 18:48:52

“국세청의 최근 세무조사는 마치 수술할 때 잘못해 주변 부분까지 더 많이 손을 댄 것처럼 문제가 생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리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지난 주 한 경제단체가 주최한 ‘저성장 시대의 위기와 기회, 그리고 성공의 조건’ 주제의 토론회에서 국세청을 상대로 직격탄을 날렸다.

김 원장은 “정부가 멍석도 깔아주지도 않은 채 투자를 요구한다”고 전제하면서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해 “본래 취지는 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탈세를 잡아내는 것인데  경기가 어려워 중소기업들이 괴로운 상황에서 세무조사까지 겹치니까 더욱 더 어려워하는 것”이라고 날 세워 비판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가세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주 당 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 정책이) 대기업의 투자 마인드 고취에 초점이 모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경제민주화, 세무조사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와 경기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세수가 부족해지면서 국세청의 움직임에 ‘아주 예민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살얼음판 정도가 아니다.

특히 주요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연일 알려지자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분위기가 겹쳐졌고, 일부 조사대상 내지 중점관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이 ‘죽는 소리’를 미리 내면서 마치 경기 잡는 주범이 세무당국인 것처럼 과장되는 현상마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민주화가 추진됐고, 한동안 고개 숙이고 눈치를 살피던 ‘대(大)’자 들어가는 층에서 이를 놓칠 리 없다. 성장과 투자환경 논리가 최전방에 등장했고, 이를 위해서는 ‘국세청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무조사 관련 뉴스가 연일 지면을 장식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이미 중소기업·지방기업 등 소위 경제적 약자에 대해서는 조사대상 선정 자체를 하지 않는데도 “세무당국의 세무조사가 강화돼 중소기업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현재 시행 중인 국세청의 세무조사 운영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디에서 문제가 제기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세청 세무조사는 소위 ‘대(大)자’와 ‘고(高)자’ 들어가는 곳에 집중되고 있다. 대기업·대주주·대재산가와 고소득 자영업자·고소득 전문직 등 주로 고소득층에 쏠리고 있고, 여기에다 민생침해 사범이나 극심한 유통질서 문란 분야, 역외탈세, 탈세제보 등 명분이 정확한 분야에 세무조사가 강화되고 있다. 나머지는 적어도 세무조사 차원에서는 ‘방치’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들이 세무조사 때문에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흘러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어려움이 세무조사 때문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정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국세청이 세금 거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열심히 거두는 것 또한 지극히 정상이다. 더욱이 국가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세청은 좀더 정밀한 징세행정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 체납세금에 대해서도 세수에 여유가 있을 때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진다.

세무조사 담당요원들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필요이상의 경직된 자세는 모르겠지만 조사기업 관계자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 역시 당연한 것이다. 이는 세수가 어렵다고 ‘밥도 같이 못 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벌써부터 그렇게 했어야 하는 일이다.

세수가 부족하다고 국세청이 세무조사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수천억 비자금 조성하고, 해외거래에서 냄새가 풀풀 나고, 상속·증여 과정에서 문제가 노정되고, 세상 환경이 달라졌는데도 고리타분한 탈세유통구조에 매달리는 분야에 대한 세무조사는 피해서는 안된다. 이는 분위기 경직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어려운 경제여건과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세청이 ‘늘 하던 일’을 두고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자 일부에서 아우성이 터지고 있다. 결국 국세청이 당초 계획했던 대기업 조사를 줄이기로 방향을 틀었다. 맞고 틀림을 떠나 ‘기업들의 반격’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국세청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만 무리하게 과세에 집착해 편향적 법해석을 하는 등 ‘어깨에 힘이 들어간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현 상황에서는 지나치게 위축될 이유가 분명 없고, 공연히 오해를 받는 일도 없어야 한다.

정말로 ‘수위조절이 예술인 시기’가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