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선사시대 파주 이야기

입력 : 2024-10-13 21:32:29
수정 : 2024-11-12 20:16:03

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1장 : 칼잡이 가족(1회)

1. 쉭, 쉬익. 
하루가 시작되었어요. 언제나 날이 밝을 무렵이면 날카로운 소리에 잠을 깨요.
오늘따라 꼬맹이는 잠을 더 자고 싶어 해요. 밤새 추위에 떨다가 몸이 녹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아침은 잠 못 들게 장난치는 친구들이 많은 시간이지요. 개구쟁이 친구들 중에 볕이 가장 심술궂어요. 집 안에 들어와서는 눈을 못 뜨게 하거든요. 

꼬맹이는 몸을 이불에 돌돌 만 채 화덕 가까이로 바짝 굴러갑니다. 눈꺼풀도 무겁고, 목덜미도 무거워요. 팔다리도 힘을 줄 수 없을 만큼 축 늘어져 있어요. 

‘아이, 시끄러워. 더 자고 싶은데.’
사실 누구든 아직 밖에 나갈 때는 아니에요. 어둑어둑해진 때에 시커먼 하늘이 무서운 것은 매서운 짐승을 만나기 때문이거든요. 짐승들도 아침 먹을거리를 사냥해야 할 테니까 어슬렁어슬렁 들판을 다녀야겠죠.

화덕은 꼬맹이뿐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집 안을 따뜻하게 지켜 주는 사랑이에요. 그래서 화덕 앞에서는 누구나 착해진답니다. 밖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어도 화덕 앞에 앉으면 금세 풀려요. 놀랍게도 불의 힘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요. 불을 다스리는 힘은 사람에게 있지만요. 밤새 할머니가 불씨를 지켜 주신 덕에 온가족이 따뜻하게 몸을 보호할 수 있어요. 

그러나 밖은 달라요. 날이 밝으면 밝는 대로 사람들이 모여들어요. 사람들이 많으면 목소리가 커지기 일쑤예요. 

자칫 다툴 일이라도 생기면 사나운 짐승들의 싸움을 보는 것 같아요. 
부지런한 어른들이 먹을 것을 구하려는데, 서로 많이 가져가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상처를 입기도 해요. 아이들은 싸워도 금세 용서하지만 어른들은 그렇지 않아요. 

아침 나절, 집에는 꼬맹이 혼자 있어요. 해가 뜨기 전부터 가족들은 일을 시작하거든요. 잠꾸러기 꼬맹이 때문에 어른들의 싸움이 더 커지기도 해요. 꼬맹이는 어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눈치 없게 행동하거든요. 늦잠 자느라 아침 일찍 일어난 일을 알 수가 없잖아요. 

누구나 집에 혼자 있으면 너무 조용해서 밖에서 나는 날카로운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