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입력 : 2023-10-31 20:38:32
수정 : 2023-10-31 20:38:32

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꽃일 것이다.길어봤자 떨어지는 낙엽들과 혼재된 꽃잎 위로 첫눈이 내릴 정도일 것이다.바람이 제법 차가워졌다.

이른 새벽에는 첫눈이 내린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기도 한다.그래서인지 들국화가 눈에 박히듯 들어온다. 감국(甘菊)이다. 옛날 중국의 현자였던 장방이 항경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

“9월 9일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니 산수유를 따서 모든 식구들의 주머니 속에 넣고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면 재앙을 피할 수 있다.”

항경은 큰 재앙을 면하기 위해 장방이 알려준 대로 산수유를 따서 모든 가족들의 주머니에 넣은 뒤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나누어 마시면서 9월 9일 지나기를 기다렸다.

장방이 일러준 방법이 통하였는지 항경 자신은 물론이고 함께 한 가족들 모두 무사히 9월 9일을 넘길 수 있었다. 항경은 재앙을 면했다는 기쁜 마음에 모든 가족들과 함께 산을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여 살펴보니 집안의 모든 가축들이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항경이 장방에게 이게 어찌된 영문이냐고 물었고 장방의 대답은 이러했다.

“사람들이 당할 재앙을 가축들이 대신하여 화를 입은 것이다. 만약 그대의 식구들도 산수유를 주머니 속에 넣지 않았거나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지 않았다면 저 가축들 같이 모두 죽었을 것이다.”

이후로 중국에서는 음력으로 매년 9월 9일인 중양절이 되면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거나 부인들이 산수유 주머니를 차는 풍습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올해의 음력 9월 9일은 양력으로 10월 23일이었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라 마음이 분주했지만 그럼에도 이른 새벽에 일어나 산을 올랐고, 그 산에서 선악과에 대해 생각했었다.

죄와 죽음과 존재의 근원에 대한 묵상을 했다고 메모되어 있다. 항경은 장방의 말을 믿고 따른 덕분에 화를 피했다. 아담과 하와는 창조주의 말을 따르지 않아 영원히 살 수 있는 낙원을 잃고 말았다.

비교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묘하게도 감국(甘菊) 몇 송이가 마치 낙원의 사과처럼 보인다.1차원적이고 빈약한 상상력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어느새 제법 차가워진 바람이 마음에 스미기 시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따뜻한 국화차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조금 이르지만 서서히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