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 때서야 알게 되겠지

입력 : 2022-10-04 21:42:18
수정 : 2022-10-08 22:48:30

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chicory.
잎을 다 내어주고 나니,
앙상해진 몸뚱이는 힘을 잃었다.
남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북쪽의 찬바람으로 바뀌었고,
유난스레 비까지 자주 내리니,
지치고 힘든 몸은 자꾸만 땅을 향한다.

털어내면 가벼울 줄 알았다.
내 몸 하나면 훌훌 털고 자유로울 줄 알았다.
헌데, 다 내어주고 나니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하늘을 향해 굳건하게 설 수 있게 하고,
세상을 향해 꽃을 활짝 피우게 만든 게 무엇이었는지를,
그 때서야 알게 되었다.

잎이 모두 떠나간 앙상한 줄기에는 꽃만 덩그러니 남았다.
꽃 위로 비가 내렸다.
눈물이 되었다.
회상(回想)이려나.
아니면,
회한(悔恨)이려나.

다 내어주고 나니 남은 건 눈물뿐이다.
보랏빛 눈물을 떨군다.
치커리 꽃이다.
언젠가 누군가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우리네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