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안녕파주',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곳 운천3리-4편
입력 : 2021-02-13 20:31:02
수정 : 2021-02-13 20:31:43
수정 : 2021-02-13 20:31:43
파주시 문산읍 운천역 전경. 사진/파주시 제공
운천리는 총 4개의 리로 형성되어 운천 1리부터 4리까지 이어져 있는 마을이다. 마을 전체에 형성된 산지 사이로 큰 우물이 있었다 하여 구루물 또는 운천리라고도 불렸다. 마을 산골짜기로 구름이 돌아가며 여러 곳에서 샘이 솟아 나 붙은 이름이라 한다.
또 하나의 이름은 구루물 아래에 있어 하리라고도 불렸다. 또한, 검은 바위가 길가에 있어 바위 배기라는 이름도 있다. 이외에도 마켓트, 점안동, 검 안동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여러 이름으로 불렸던 운 천리의 현재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중 가장 주민들의 활기 가 인상 깊었던 운천3리를 방문했다.
#01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운천3리는 운천역 앞에 형성된 마을이다. 운천역은 남쪽으로는 파주 문산역, 북쪽으로는 임진강역 사이에 있는 수도권 최후 임시승강장이다. 주민들의 노력 끝에 2021년에는 운천역이 개통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교통 편의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운천역은 북한과 밀접해 있어 고향이 북한인 어르신들도 계시고 미군 문화나 전쟁 상황을 연상케 하는 문화나 모습들이 마을에 곳곳에 있었다. 이를테면 방공호가 아직도 이용 및 관리되고 있으며 집마다 집을 지켜주는 개들을 많이 키우고 있다.
전쟁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겪은 마을이라 당시의 문화와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운천리다. 마을과 주민이 시간을 함께 먹는 이곳에서 조금씩 변화의 시작을 보였다.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니 페인트칠이 다 벗겨지고 창문이 깨지고 부서진 문도 있었다. 콘크리트 계단에 금이 간 집들도 꽤 보였다.
과거 여관이었던 곳은 이제 사람의 흔적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이토록 이 마을이 주는 고즈넉함과 정감은 거부감이 없다.
깨지고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벽들은 깨끗하게 관리된 도로와 마을 풍경 속에서 운천3리만의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50여년이 되었어도 방금 손길이 닿은 듯이 생동감 넘치는 집들도 보였다.
눈에 띄게 예쁘고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 그중에도 타일을 벽에 붙인 집이 인상적이었다. 담벼락을 깔끔하게 페인트칠하고 그 위로 멋스러운 타일을 붙여 벽면은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인테리어 직업을 가진 주인이기에 가능했던 근사한 결과물이다. 애정을 가지고 가꾸니 마을의 분위기가 예술 마을이 되었다.
오래된 시간을 그대로 품고 있는 동네에는 변화를 귀찮게 여기는 주민이 많았다. 자신과 함께한 세월에 대한 추억과 애정이 깊어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운천3리 주민들은 달랐다. 멈추기보단 나아가는 것을 택했다.
운천3리를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82세가 되신 주민 할머니께서는 70대 시절 노인대학에서 배웠던 글을 더 배우고 싶어 하셨다.
마을에 어린아이들이 온다면 글을 직접 가르쳐 주거나 시나 편지 같은 작품을 통해 마을에 전시하고 싶다고 하셨다. 할머니의 입가에 띈 미소가 젊은이로서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생겼다.
유치원생 쌍둥이 자녀를 둔 젊은 어머니는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여유로운 운천3리가 좋지만,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하시며 주민들의 손길로 도서관이나 쉼터 같은 시설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이장님께서는 지속해서 마을에 활기를 띠우려면 마을 주민들 스스로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장님께서는 어르신들 댁에 남은 빈방을 활용해 ‘숙박시설’을 만들면 어떨까 하셨다.
숙박시설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운천3리의 지역적 특징이 충분해야 하기에 마을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글을 더 배우고 싶었던 어르신들을 모아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만들거나 마을에 대한 시를 써 볼 수 있고, 사진을 촬영하여 사진 전시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을 내에서 손맛이 좋기로 유명하신 어르신들의 반찬을 조금씩 판매해 ‘친정집 반찬’의 느낌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선물해 줄 수도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고 싶다는 지향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다양한 방향으로 운천3리에 활기를 띠려는 이장님과 마을 주민들의 관심이 뜨거운 운천3리다.
주민들의 바람은 우두커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루고 싶은 것들을 소망하며 이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운천3리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