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안녕 파주', 금촌 통일시장-3편

입력 : 2021-01-27 00:51:21
수정 : 2021-01-27 00:57:14

금촌전통시장 내 전경 사진/파주시 제공

모두 하나 되는 곳 

파주 금촌은 전쟁의 아픔을 가진 곳이다. 당시 전쟁은 많은 것을 아프게 했다. 미군이 파주에 들어오고 나가면서 파주 시민들은 굶기도 하였고 때론 배를 채우기도 하였다. 인민군이 쳐들어왔을 땐 아무리 적군이라도 같은 사람으로서 자신의 음식을 나눠주기도 하였다. 

아픈 역사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곳이라 통일이라는 꿈을 가장 크게 염원 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역에 굳건히 역사를 함께한 시장이 있다. 바로 금촌 통일시장이다. 

금촌역 앞에 위치한 금촌 통일시장은 2016년 금촌 전통시장, 명동로 시장, 문화로 시장으로 불리던 상권을 통합하여 새로운 명칭과 함께 정식 전통 시장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시장이 형성되고 백년만의 일이다. 전통시장과 주변 상권의 문화로 거리를 통합했다는 점과 경기 최북단에 위치한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금촌 통일시장이라 명하였다. 

현재 금촌 통일시장에는 오일장과 함께 문화로 거리에 다양 한 국적의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지역적, 문화적, 세계 적 특성이 어울려 명칭 그대로 금촌 통일시장은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01 이야기
여행을 다닐 때 마다 꼭 들리는 장소가 있다. 바로 그 지역의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은 겉보기에는 어느 지역이든 다 비슷해 보이지만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지역 특산품이 다르듯 상인들의 대화, 음성, 움직임도 각기 다르다. 

시장에서 보이는 것, 들리는 소리 등 눈과 귀를 통해 그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느낄 수 있다. 전통시장이 있는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나는 시장과 상인들을 마주하면, 그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물건을 사면서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 음식을 먹으며 다른 지역과 자연스레 비교해보게 되는 시장에서의 색다른 시간, 그 시간을 나는 즐긴다. 여기 파주에도 전통과 문화, 그리고 이곳만의 각별한 이야기를 지닌 전통시장이 있다. 

대형마트와 중소형마트 사이에서 전혀 밀리지 않은 채 오히려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 깔끔하고 접근성 좋은 크고 작은 마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시장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통일시장은 주민들과 함께 오늘도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금촌 통일시장은 시장이 통합되기 전엔 금촌시장이라 불렸다. 금촌에는 파주 경의선의 종착역인 문산역과 더불어 파주를 대표하는 금촌역이 자리 잡고 있다.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는 인생 여정처럼 100년을 훌쩍 넘긴 유구한 역사를 지닌 금촌역이다. 

금촌역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시장은 작은 촌락이었던 주변 상권과 함께 깊은 우물물을 길어내듯 묵묵히 파주의 대표 시장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게다가 금촌 시장과 더불어 여전히 금촌 오일장이 열리는데 파주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장이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찾아오니 긴 역사만큼이나 역동의 세월을 함께하며 지역주민들의 요긴한 먹거리, 살거리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의미들을 인정받아 2009년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었고 2016년에는 금촌 통일시장이라는 새로운 명칭과 함께 전통시장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1960년대 덕성원 본점 전경과 주변거리, 현재 이 거리는 명동로이다. 사진/파주시 제공

현재의 덕성원 전경 사진/파주시 제공

#02 덕성원
금촌 시장에 중화요리의 으뜸인 덕성원이 있다.

창업자인 조부께서 1950년 문산에서 영업을 하시다가 6.25이후 지금의 덕성원 자리로 옮겨 여지껏 후손들이 덕성원 특유의 중화요리 전통의 맛을 지켜내고 있다. 일찍이 한중 문화 교류에 선견지명이 있던 이덕강(66) 사장님은 1980년부터 부친의 뜻을 좇아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대한민국만이 해냈던 경제 번영의 길을 목도한 부친께서 그 모진 고난과 힘듦을 이기고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이다. 

전쟁의 폐허로 지치고 무너진 정신적 충격과 삶의 터전을 잃어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동네 사람들에게 맛있는 중국음식을 제공하여 격려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주민들에게 곧바로 전달이 되었던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했던가? 덕성원의 3대 주인장은, 가장 이른 시간에 가장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장을 보러 다니는 부지런함의 소유자이다. 

재료가 좋은 만큼 향기로운 후각과 플레이팅의 시각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뿐 아니라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장 소중하게 맞이하는 진실된 마음이 덕성원이 번창하는 비결이다. 

많은 메뉴 중에서 삼선 짬뽕과 탕수육 외에 소양동고 요리를 추천하는 사장님의 입가에 미소와 자긍심이 가득하다. 오늘도 250여 석의 주인공을 기다리는 주방에는 하늘을 치솟는 불꽃과 음식 향으로 가득하다.

금촌전통시장 내 40년 전통의 진미떡집 사진/파주시 제공

#03 진미 떡집
진미 떡집 수장 김강순 어르신은 1950년 음력 5월 20일을 똑똑히 기억하셨다. 밤 11시 문산 시내에 인민군들이 쳐들어와 전기가 끊어져 몇 년간 암흑시대를 견뎌내야만 했다. 

18~19세쯤 되어 보이나 키가 너무도 작은 인민군들의 배고프다는 성화에, 21세 새댁은 적이라기보다는 그저 불쌍하여 쌀을 찧어 떡을 해주고 소와 돼지를 잡아 먹여주고 남은 음식은 싸서 보냈다고 한다. 

이때 바로 누군가를 위해 어르신께서 처음 떡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멋을 내던 시절, 주위의 권유로 부잣집 며느리는 떡집을 내게 되었다. 금촌 통일 시장, 바로 이 자리에서 둘째 아드님 부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제는 며느리에게 곳간 열쇠를 맡기시고 하루도 빠짐없이 유리창 너머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다보는 기쁨에 출근하신단다. 젊은 며느리에서 이젠 백발의 노인이 된 할머니의 손에는 몇십 년의 정성이 그려져 있었다. 

21살 새댁은 91살 백발이 되도록 꿋꿋하게 떡집을 지키리라 생각했을까? 삶의 공간에서 예상치 못했던 시간, 예상치 못한 장면으로 만났던 사람들과 그때마다 마음으로 함께했던 세월이 어느덧 이렇게 역사를 관통하고 시간을 덧대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시대까지 역사를 이어나가리라 생각했을까?

#04 모두 하나 되는 통일시장
금촌 통일시장은 도시재생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적합한 지역이다. 2015년부터 2017년 경영 현대화 사업으로 문화 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에 발맞춰 급성장하여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는 경기도형 상권 진흥구역으로 금촌 통일시장이 선정됨으로써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앞으로 시장과 주변 상점가 일대를 상권 진흥 구역으로 지정해 지역적 특성인 ‘평화통일’을 주제로 특화 골목길을 조성하고 경관을 재조명하는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더불어 활성화 사업으로 안보 관광, 통일동산 관광특구와 금촌 통일시장을 연계한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금촌 통일시장이 전국에서도 찾아오는 도심 속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가 가득한 문화 관광지로 발전할 예정이며 도시 재생적 차원으로의 개발 또한 활발히 준비 중에 있다. 

파주시 도시재생 사업 지역 중 첫 번째 추진 지역으로 금촌1동의 도시재생이 시작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경쟁력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이런 물적 자원이 금촌 지역의 발전을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되어 줄 것이다. 

인적 자원이 역시 풍부하다. 기존 주민들의 관심뿐만 아니라 다문화인이 금촌으로 유입되면서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있는 금촌으로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전통시장 안에는 베트남 음식점과 중국 상점을 운영하는 중국교포, 드림월드 마켓이라는 동남아 전문 마켓이 자리하고 있다. 

100년 된 금촌 열쇠, 41년의 세월을 품은 독일 안경, 35년 된 깨가 쏟아지는 시대 참기름 집, 구제 물품 점포, 20년째 맛집으로 이어온 언칼국수, 청년 창업자로 파주 쌀과 장단 콩으로 만든 모랑 떡을 개발한 종로 떡집 등 다양한 국적과 나이, 문화 등을 가진 가게들이 즐비하다. 

각국의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고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통일 시장의 역사를 품은 지역주민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게 되었다. 

국가적, 지역적 가업, 역사적 공간을 찾아내어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과 함께 다양한 옷을 입은 다문화인들이 금촌에 속속 탑승하여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능동적 상호 이해가 이 시장 안에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고 간다. 이 흐름과 함께 모두 하나 되는 금촌이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