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음의 세포에도 아폽토시스가 필요하다

입력 : 2021-01-19 22:13:19
수정 : 2021-01-19 22:13:19

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아폽토시스’는 예정된 프로그램에 의해 세포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대표적인 현상으로는 형성 초기에 물고기의 지느러미나 물개의 앞발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던 태아의 손이 손가락 사이의 세포들이 죽으면서 인간 손의 형태가 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인간의 손이 지금의 모습처럼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세포들의 자살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인간은 아폽토시스로 인해 물고기의 단계를 넘어설 수 있었으며 태아의 엉덩이에 달려 있는 조그만 꼬리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태아의 꼬리도 스스로를 파괴하여 꼬리가 없는 인간의 척추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폽토시스로 인해 손가락과 발가락이 생기고 꼬리는 사라졌다.
이로써 원초적 동물 단계에서 벗어나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
마음에도 세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엉뚱한 생각은 그 마음의 세포에도 아폽토시스의 파괴가 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확장된다.

예정된 프로그램에 의해 어둡고 강퍅한 마음이 죽어서 사라지고 밝고 유연한 마음이 두드러지게 드러날 수 있다면 좀 더 인간다운 인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 때문이다.

마음 속 욕심은 날마다 자라난다.
점점 더 어두워지고 강퍅해지는 마음이 느껴지면 두려움이 생겨난다.
아폽토시스로 인해 겉은 인간인데 아폽토시스가 없는 마음은 자꾸만 퇴보하여 물고기가 되는 두려움이다.

두려운 생각이 들 때면 손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생각하는 대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며 마음을 떠올린다.
마음에 생각을 전한다.

아폽토시스의 주문을 외운다.
'밝아져라. 유연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