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임신 중 발생한 치질, 어떻게 관리 하나?

입력 : 2020-10-27 20:54:25
수정 : 2020-10-27 20:54:25

서을365외과,내과,피부과
장태영 대표원장

혹시 임신하셨나요? 축하드립니다. 새 생명이 탄생하는 일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만 으로도 축복받을 일이지만, 그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힘든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더 위대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임신한 상황에서는 아기의 상태를 항상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대부분 질환의 치료에 있어 임산부들의 치료를 따로 다루고 있다. 임신한 상태에서 몸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로 인해 여러 가지 질병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중 아마도 가장 흔하고 불편한 증상중의 하나가 치질(의학용어로는 ‘치핵’)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 임신을 하면 치질이 생기게 되는 것일까? 
임신 후반기에 들어가면 자궁이 커지게 되고, 커진 자궁은 직장과 항문을 위에서 압박하게 된다. 이러한 압박이 항문 주위의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게 만들게 되고, 항문안의 정맥들이 울혈이 되어 치질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임신중에는 여성호르몬의 하나인 황체호르몬의 혈중농도가 상승해 장의 운동을 저하시켜 변비를 유발하기도 하고 이러한 변비 또한 치질을 악화 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임신 중 생긴 치질은 수술을 꼭 해야 할까? 임신 중 생긴 맹장염(충수돌기염)은 꼭 수술을 해야 하지만 임신 중에 생긴 치질을 꼭 수술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본래 치질의 치료는 수술적인 치료가 우선이 아니다. 

보존적인 치료를 먼저하고 경우에 따라서 수술하게 된다. 임신한 경우에 있어서도 가능한 보존적인 치료를 권유한다. 수술을 하기 위한 마취와 약물에 제한이 있고, 치질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엎드린 상태에서 수술을 하게 되는데 이런 자세는 태아에게 좋지 않다. 

또한 복강 안에서 자궁이 계속 울혈을 일으키는 상태이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이 늦게 된다. 하지만 치질이 심해 괴사가 일어나거나 출혈이 계속되거나 아주 심한 치질은 조산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임신 중이라고 해서 따로 치료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치질의 보존적인 치료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존적 치료로는 온수좌욕, 약물치료, 식이요법(고섬유식), 배변지도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온수좌욕이다.

온수좌욕은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항문을 3-5분정도 담그고 있거나 비데나 샤워를 이용해도 무방하다. 과거에는 좌욕을 15분 이상 길게 하는 것은 추천했으나 최근에는 항문조직의 울혈이나 탈출의 가능성이 있어 최근에는 짧게 하는 것을 권유하는 추세이다. 

너무 차가운 물이나 너무 뜨거운 물은 항문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며, 비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너무 센 압력을 사용할 경우 항문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으니 압력을 너무 세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배변 시에는 항문조직이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니 때문에 시간이 길면 있던 조직이 원 상태로 복구가 되지 않아 치핵 조직이 탈출되고 출혈이 된다. 따라서 치핵이 있는 경우에는 가능한 배변 시간을 짧게 하고, 더 보고 싶은 느낌이 있어도 다음에 다시 보면 되므로 배변 시간을 3분 이상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임신중에는 아이와 산모의 건강이 모두 중요하다. 때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들이 산모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치질은 흔한 질환이지만 임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만약 현재 임신 중이고 치질로 고생하고 있다면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본인의 상황에 맞는 치료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산모 본인도 고통에서 해방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