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장마를 살아내는 방법

입력 : 2020-07-07 07:17:52
수정 : 2020-07-07 07:17:52

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우리나라에서는 집터를 정할 때 예나 지금이나 볕이 잘 드는 남향집을 선호 한다고 합니다. 방향을 그 무엇보다 중시 여기는 것이지요.그런데 서양에서는 집 주변의 환경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방향보다는 산이나 호수나 강을 끼고 있는 집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얘기지요.생활공간에서 휴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인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휴식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각종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에게는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즉, 삶이라는 고독하고 외로운 여정에는 치유의 공간과 시간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는 음악에 쉼표가 있는 이치와 같습니다.잠시의 숨고르기가 없다면,어떤 음악도, 어떠한 삶이라도 모두 다 엉망이 되어버릴 테니까 말입니다.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예전처럼 장마가 길진 않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바깥활동이 불편한 시기입니다.

화려했던 장미꽃들이 내리는 비와 함께 떨어져 내립니다.제 눈에는 떨어진 장미꽃잎 하나하나가 쉼표로 보였습니다.집터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지어진 집의 방향이나 환경이 마음과 다르더라도 마음의 쉼표만큼은 적절히 찍어가며 살아야겠습니다.

그래서 떨어진 꽃송이 몇 개를 갈무리 합니다.꼭 필요할 때 사용할 쉼표입니다.비가 잦은 시기입니다.조금은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일지라도 잘 견뎌내야겠습니다.격정적이지만 쉼표가 적절히 들어가 숨이 가쁘지 않은 음악처럼,정신과 육체에 쌓은 스트레스에 편안한 휴식을 주는 집처럼,잠시 숨고르기를 할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