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역문화원형, 임진강문화권 파주인 삶 함께 해 온 임진강, 지역문화의 대표적 정체성을 담고 있다

입력 : 2019-10-17 18:51:23
수정 : 2019-10-17 18:51:23


이윤희 논설위원
파주지역문화연구소장

지역문화원형(地域文化原型)이란 고유한 지역적 특성을 담고 있는 공감대의 산물이다.
즉, 정신적, 물질적으로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을 통해 형성된 지역 구성원 간의 공감대와 주체성을 내포하는 말이다.

다시말해 지역문화원형은 그 해당 지역만이 갖고 있는 독창적이며 차별적인 문화로서 이는 곧 해당 지역의 대표적 문화정체성으로 발현된다.

파주는 선사시대 한반도 최초 인류의 태동지이며 그 시원(始原)을 임진강에서 찾을 수 있다. 이후 임진강은 고대국가 시기 국가간 경계로 치열한 영토분쟁의 현장이었다.

고려와 조선 천 년의 세월 동안 임진강은 개경과 한양을 잇는 교두보로서 중앙의 정치권력과 문화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 곳이다.

특히, 조선시대 임진강은 휴암(休庵)과 청송(聽松)을 좌장으로 율곡(栗谷)과 우계(牛溪)로 이어지는 ‘파산학(坡山學)’을 탄생시킨 ‘학문의 강’이기도 하다.

근현대에 이르러서도 수 많은 질곡을 겪으며 여전히 ‘분단의 강’, ‘경계의 강’으로 임진강은 흐르고 있다.

임진강은 파주 땅에서 살아 온 파주사람들에게 가장 대표적인 문화원형이라 할 수 있다.

파주의 역사는 임진강과 함께 기록되었으며 파주사람들은 임진강과 더불어 살아 왔다. 그리고 현재도 임진강은 파주의 젓줄이며 미래 파주의 동력이다.

억겁의 세월을 변함없이 흘러 온 임진강은 수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견뎌왔다. 임진강을 끼고 살아가는 파주사람들은 그래서 임진강을 많이 닮아 있다. 상처와 아픔을 견뎌내고 여전히 임진강은 흐른다. 우리 파주인의 삶도 그렇다.

이제 우리는 임진강이 인내해 온 지난날의 상처와 아픔들을 치유하고 건강한 임진강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파주의 동서를 흐르는 임진강 75km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사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온전한 임진강의 모습을 재발견하고 이를 통해 파주지역문화 원형인 임진강문화를 파주시의 문화정체성으로 확고히 해야 한다.

이미 경상, 전라 지역에서는 지역민들과 함께 해 온 강을 지역의 대표적 문화원형으로 삼고 있다.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문화권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연천지역의 임진강과 임진강 지류인 한탄강에 대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위한 노력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그에 비해 임진강 본류 75km 구간을 온전히 가슴에 품고 있는 파주는 임진강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임진강 연안을 따라 파주의 역사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선사유적을 비롯해 고대국가시기 관방유적, 고려, 조선의 불교와 유교문화, 조선 성리학의 중심인 파산학, 그리고 현대사의 아픈 흔적들까지…

시대의 질곡을 모두 끌어안고 흘러 온 임진강. 무수한 역사의 흔적들을 곳곳에 남겨놓은 임진강. 이제 임진강은 분단의 강, 경계의 강이 아니라 남과 북이 함께하는 대동(大同)의 강으로 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