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파주에 내릴 단비를 기다린다

입력 : 2019-07-23 22:03:21
수정 : 2019-07-23 22:03:21


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커트 보니것의 삼촌 알렉스는 한여름 밤에 사과나무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마실 때면 이야기를 끊고 불쑥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이런 표현이 화려하고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표현에 더 인색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현재의 위치 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원하는 사람들이니까 말입니다.
보니것은 그의 저서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에서 이렇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도 남은 생애 동안 이렇게 해보길 권합니다. 인생이 순조롭고 평화롭게 잘 풀릴 때마다 잠시 멈춰서 큰 소리로 외치세요.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 그게 제가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 중 하나입니다.”
저는 보니것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건 제가 화려하고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니것의 삼촌 알렉스의 삶을 동경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상상해 보세요.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한여름 낮에 시원한 나무그늘이라도 찾아 그 아래서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마실 수만 있다면 이런 얘기가 절로 나오지 않을까요?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남쪽지방엔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가 인색한 파주는 농부들의 마음이 여전히 편치 않습니다.
개구리 오줌 누듯 내리다 그치는 비로는 농부들의 깊어진 주름을 펼 수가 없습니다.
질긴 생명을 가진 농작물들이 타는 듯한 갈증에도 꿋꿋하게 버텨주고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단비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럴 때 땅이 흠뻑 젖을 정도의 비가 내려준다면,
농부들은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요.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
비가 흠뻑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만약에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면,
그래서 농작물들에 생명의 기운이 차오른다면,
저도 덩달아 이렇게 외칠 겁니다.

“그래, 이 맛에 사는거야!”
혹시 어떤 벽에 부딪치셨나요?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으신가요?
한숨만 나오신다고요?

그래도 우리의 삶은 어떻게든 답을 찾아줄 겁니다.
그러니 화려하거나 대단한 성공은 아닐지라도 작은 일에 기뻐하는 마음을 먼저 가져보는 게 어떨까요?
그러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요?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