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못내 잊지 못할 12박 13일 간의 기억

파주시장애인복지관 통합사례관리팀장 조숙현

입력 : 2013-07-01 22:10:30
수정 : 2013-07-01 22:10:30




파주시장애인복지관에서는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지난 5월 20일 목포 노적봉에서 종착지인 임진각까지 도보로 종단하는 대한민국 농촌장애인 사회참여 확산을 위한 “행복한 내일을 여는 ROAD NO.1" 12박 13일간의 499.1km의 국토대장정을 실시했다.

이에 파주시대에서 2회에 걸쳐 이들이 출정식을 시작으로 도착할때까지의 여정을 그려봤다.  

1998년 7월 1일 파평산 낮은 산자락에 둘러 쌓인 아름다운 시골마을 술이홀로에 둥지를 틀었다. 경기도에서는 세 번째로 문을 연 우리복지관은 지난 15년의 시간 동안 굳건히 이 자리를 지키며 파주시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용기와 힘을 더해주기 위하여 변함없이 제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지난 5월 20일 우리복지관 앞마당은 많은 인파와 우리 가슴 속의 설렘으로 분주하고 시끌벅적했다. 개관 15주년을 맞이하여 특별 기획된 ‘행복한 내일을 여는 로드넘버원(Road no.1)' 국토대장정의 개막을 알리는 출정식이 있었다. 오전 11시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가 26명의 단원들에게 쏟아졌고,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국토대장정에 도전하는 단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미니버스에 올랐다.

이번 국토대장정은 ‘장애’라는 꼬리표를 떼버리고 장애와 비장애가 하나로 뭉쳐, 목포 노적봉 예술 공원에서 출발하여 나주, 광주, 장성, 완주, 논산, 계룡, 세종, 아산, 천안, 평택, 오산을 거쳐 임진각까지 총 12박 13일 동안 1번 국도를 따라 펼쳐졌다.

5월 21일 목포시의 강열한 뙤약볕 아래 국토대장정의 첫 도보행진이 시작되었다. 하루 평균 우리는 15km~20km를 도보 행진하였으며 뿐만 아니라 1번국도 위에서 만나게 되는 장애인복지관, 관공서, 기업, 단체 등과 함께 ‘행복한 내을을 여는 사람들(농촌장애인 사회참여 확산을 위한 프로젝트/파주시 조례-제1,000호) 사업설명회 및 이벤트’가 함께 진행되었다.

목포시에서의 첫 도보행진은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다. 아직 제 각기 몸도 체 풀리지 않은 채 땀을 비오는 듯 흘리며 어설프게 우리의 첫 걸음이 맞춰진다. 목포시 중심가를 가로지르고 사람들로 붐비는 어수선하고 아찔한 시장터를 지나 무안군장애인종합복지관에 도착했다. 무사히 첫 사업설명회를 마치고 우리는 동네 어르신들의 따듯한 배려로 경로당에서 첫날밤을 맞이한다.

아침은 빨리 온다. 기상시간이 6시 30분이지만 잠을 청하는 시간도 아침에 깨어나는 시간도 서로 맞추기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 침낭 안에서 꿈틀대는 모습들도 깨어나는 모습도 제 각각 이지만 어쩐지 공통적인 점은 잔뜩 설레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아침이 밝고 전남도립장애인복지관에서 광주학생운동기념관까지 총 19km는 걷고 또 걷는다.






무엇을 위해 걷는지 이미 우리의 공통분모를 합의한 터에 아스팔트 위에 숨 막히는 더위도 우리들의 행진을 멈추지는 못했다. 2~3일이 큰 고비일 거라고 했던 주변사람들의 말이 떠오른다. 이튿날에는 끊임없이 걸으면서 졸음을 참아야 했고, 높은 언덕을 넘어 산 능선을 몇 개를 넘어야 했으며, 허리통증으로 아파하는 동료를 보살펴야 했으며,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도로 통제까지 우리 진행 팀에서는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들의 도보 행진은 계속되었다. 광주를 지나 삼례 우석대를 지나 논산시를 지나 세종정부청사까지 수일을 보냈다.  밤이면 발가락에 잡힌 물집을 시술하고, 다리 마사지를 하고, 체력보충제를 챙겨먹는 날이 반복되었다.


진행 팀에서도 하루 평균 4시간 정도의 쪽잠을 청하면서도 여기저기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결코 우리들의 값진 도전이 자랑스러우며 체력과 정신력 싸움에 나가떨어질 수 없는 노릇이었다.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과 단원들의 체력을 보살피는 모습에서 새삼 동료애가 싹튼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좋고, 값진 도전에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좋다.

기대 이상으로 우리의 행진은 강행군이었다. 오전 6시 30분에 기상을 하면 오후 6시까지는 무조건 목표점을 향해 걸었다. 장대비를 맞으며 32°의 고열에 시달려야 했고, 발과 종아리는 부상 흔적인 역력했으며, 열사병과 싸우고, 밤마다 구급약품상자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복지관의 도전에 응원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우리의 행진에 감사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우리가 방문한 복지관에는 단원들을 응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고, 빵빵한 에어컨 바람과 정성껏 준비된 다과와 음식들, 우리 단원들을 위해 그 자리에서 라이브 노래를 청해듣기도 했고, 기타 연주에 답가도 이어졌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윤도현의 <나는 나비>가 국토대장정 팀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핀다.

행복한 내일을 여는 로드넘버원, 그 대망의 마지막 구간의 도보 행진이 장열하게 시작 된다. 오전 9시 40분, 파주역에서부터 출발해 26명의 대원들이 간절히 바래왔던 우리들의 마지막 종착역 임진각까지 젖 먹던 힘을 다해 전진한다. 청명한 하늘 아래 상쾌한 바람이 분다. 관중들의 환호와 함성 속에서 위풍당당하게 귀환 한다. 우리들의 발걸음들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많은 이들이 우리와 함께 해줬으면 하고 바란다.

앞으로도 지역의 농촌 장애인들이 성큼 성큼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복지관에서는 앞장서서 길을 열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금 더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전국의 농촌장애인들의 사회참여 확산을 위하여(행복한 내일을 여는 사람들-파주시 조례 제-1,000호) 우리의 모험과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국토대장정은 끝을 맺었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에 길이길이 남을 낯선 길 위에서의 12박 13일의 긴 여정과 사람들, 그리고 우리들의 꿈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