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황덕순의 말하기 수업 : 우리 가정의 현주소! 충격의 13분?

입력 : 2018-06-21 20:11:15
수정 : 2018-06-21 20:11:15


황덕순 칼럼위원


“아빠 어디가?”, “엄마 언제 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는 아이와 맞벌이 부모가 아침마다 주고받는 일상의 대화이다..
출근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부모들은 이 말을 “엄마 빨리 와!”라거나 “엄마·아빠와 떨어지기 싫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가 부모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엄마 아빠! 빨리 와서 나랑 놀아 주세요!”라는 의미가 담긴 간절한 요청이다.

가정의 달 5월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 날들이 얼마나 중요하면 달력에도 빨간 글씨로 새겨지고 자녀들이 손꼽아 기다렸을 그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가정의 달이라고 언론에 떠들고 누구나 치러야 하는 연례행사로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우리민족에게 희망도 꿈도 암울하던 식민지 시대에 다음 세대의 주인공을 존중하고 사랑하자는 뜻으로 제정된 ‘어린이날’이 자유대한민국에서도 하루만의 행사로 마쳐지고 있음이 안타깝다.
 
이 시대의 어린이들이 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폰, 각종 게임이 난무하는 스크린에 마음을 빼앗기고 학교 공부가 끝난 후에도 학원을 전전하며 ‘이 시대의 식민지’에서 부모와 함께 할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음이 안타깝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날 하루만이라도 부모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놀고 싶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놀아주면서 함께 하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없다.
이 세상에서 자녀보다 더 귀한 대상이 없고,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들려오는 소식은 ‘자녀를 어떻게 하고’ ‘부모를 또 어떻게 했다’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이 시점에 가족의 의미를 살펴보고 건강한 가정을 회복해야겠기에 ‘가정의 달’을 아쉬움으로 보내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한자로 가족(家族)이라는 낱말의 가(家)자를 풀어보면 한 지붕 ?(집 면, 갓머리) 아래에 돼지(豕) 새끼처럼 사랑스럽고 귀여운 자녀들이 옹기종기 모여 다복하게 산다는 의미가 가(家)자에 담겨 있고, 족(族)자를 풀어보면 방(모방 方)+인(사람 인 人)+시(화살시 矢)자로 구성된 글자로 부모는 모든 위험에 화살(矢)을 들고 아들·딸들을 안전하게 보호를 하는 곳이라는 뜻이 있다.

가족이라는 의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집에 살면서 눈의 말, 입의 말, 몸의 말, 생각의 말, 감정의 말을 몸과 마음으로 듣고 이해하고 존중하며 사는 아름다운 관계이다.

우리 가정은 텅텅비어 있다.
지난해 말 비영리단체(NPO)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전국 초등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57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평일에 가족끼리 대화하거나 함께 노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밖에서 보내는 시간과 각종 미디어 사용 시간을 조사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부모님과 대화를 하거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24시간 중 “13분?”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우리나라 초·중·고교생이 하루 중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학교에서 수업 사이 쉬는 시간 정도에 불과한 13분이란다.

평일에 가족과 대화하거나 함께 노는 시간이 13분이라는데 조사가 잘못된 것 같아서 재단에 다시 물어봤다고 한다.

반면 학교 밖 학원이나 그 밖의 다른 곳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3시간 10분이었고 각종 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간은 1시간 24분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하고 놀면서 보내야할 시간에 밖에서 보내야 하는 학교 외의 시간이 4시간 34분이었다.

요즈음 아이들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고 탓할 일이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어찌할 수 없는 선택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함께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행위 중 하나가 말을 하고 듣는 태도이다. 그 중에서 말하기보다 듣기가 중요한데 실천이 어렵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접속의 홍수 시대인 SNS 시대에 참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경청의 바른 자세는 더욱 중요한 의미가 되었다. 동양에서는 귀 기울여 듣기를 경청(傾聽)이라고 하고, 영어권에서는 Listen(듣기)이라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할 때는 만사를 제쳐두고 온전히 집중하며, 가족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 상황에 따라 메모(마음에 새긴다)를 한다. 중간에 말을 끊거나 ‘그런데 말이야’, ‘내 생각에는’이라고 말하지 않고 상대를 전적으로 존중하는 태도로 듣는 것이다. 
 
일상의 대화에서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고 사랑을 실천하라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는 해석이다.

우리 자녀들이 원하는 행복?
아이들은 행복을 위한 최우선 조건 1위로 ‘화목한 가정’을 꼽았다. 돈이나 건강보다 가족 관계를 더 중시한다. 평소 행복을 느끼는 장소도 집이 38퍼센트로 1등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꼴찌에서 두 번째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부모가 미취학 자녀와 보내는 시간도 하루 48분에 불과했다. OECD 평균은 우리나라의 세 배가 넘는 150분이었다. 부모가 학령기 자녀와 매일 대화를 나누는 비율도 한국은 53.7퍼센트였고 OECD 평균은 70퍼센트였다.
 
어쩌다 거실에 함께 있어도 가족끼리 멀뚱멀뚱 TV만 보거나 휴대전화 화면을 쳐다보는 게 익숙하다. 서로 어떻게 대화하거나 함께 놀 줄 모르기 때문에 어색하다. 대화가 있는 가정!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할아버지를 손짓으로 부르는 손녀딸들의 몸짓에 나는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