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황덕순의 말하기 수업 (4)
잔소리 VS 굵은 소리
수정 : 2017-11-03 20:40:04
황덕순 위원
파주교육지원청 교육자원봉사센터장
해마다 경험하며 살아왔지만 올 한 해 계절의 변화는 더 아름답고 신비롭다.
바람은 차고 땅은 얼어붙었으며 죽은 듯 조용하던 대지가 수줍은 봄바람이 살짝 지나가니 새 생명의 싹으로 수놓는 봄날이 있었다. 어물어물 하는 사이 바쁜 태양이 높이 솟아올라 긴 하루를 만드는 가운데 대기는 뜨거워지고 그 열기로 대지는 신록의 잔치를 벌이는 놀라운 변화도 즐겼다.
언제 지나갈지 알 수 없던 그 여름이 살짝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사랑을 나누더니 들판을 황금색으로 바꾸었다. 모두가 소망하는 아름다움으로 치장을 하고 속살이 가득 찬 열매를 선물하는 여유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현장도 보고 있다. 이 놀라운 잔치에 빠질세라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고유한 색깔로 단장을 한 자연은 모든 세대를 불러 모아 축제를 벌이고 있다.
겨울맞이를 이렇게 알차고 아름답고 풍성한 잔치로 마무리하는 자연의 지혜에 감탄하면서 말하기 수업을 시작한다.
이 풍요로운 계절에 우리의 삶은 어떤 결실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까?
대자연은 봄·여름·가을·겨울을 숨 가쁘게 이어달리기 하면서 온갖 풍성한 혜택을 모든 생명체에 무제한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4차 산업시대를 숨 가쁘게 준비해야 하는 고단한 우리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남은 날들 무슨 말을 나누며 어떤 나눔을 베풀고 어떻게 도와야 할지 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결실과 아름다운 풍경은 못 만들지만 가족과 이웃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마음과 생각을 풍요롭게 하는 ‘말 한마디’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잔소리’에 대한 이야기로 말의 중요성을 생각해보자고 제안 한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대인 만큼 경제적인 관점으로 어제, 오늘, 내일을 살펴보면 어제는 ‘부도수표’와 같고, 오늘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현금’과 같으며 내일은 ‘어음’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현금과 같은 귀한 가치를 지닌 오늘이 아주 짧은 시간인 것 같지만 절대생명의 날이고 투자가치가 가장 높은 날이다.
이 소중한 오늘을 의미 있고 가치 있으며 유능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바로 ‘말 한마디의 힘’에 있다.
사람들은 늘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일상적이며 부모나 어른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감 같은 ‘잔소리’에는 ‘각인력(刻印力)’과 ‘견인력(牽引力)과 성취력(成就力)이 있다.
말 하는 사람은 ’잔소리‘로 하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 속에 조각을 한 것처럼 새겨지고, 그 새겨진 말이 그 사람을 견인차처럼 끌고 간다. 그리고 그 사람의 놀라운 꿈을 성취시키거나 좌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늘 하는 ‘잔소리’가 우리의 하루를 ‘부도수표’로 만들거나 쓸 수 없을지도 모르는 ‘어음’으로 만든다면 풍요롭고 아름다운 때를 살아가야할 사람들에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차조심해라”와 같은 ‘잔소리’가 어린 아이들에게는 생명의 안전을 지켜주는 귀하고 꼭 필요한 말이지만 “너는 요즘 무슨 생각으로 사니”라는 잔소리는 사춘기를 지나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됨을 알아차리자.
이제 ‘잔소리’보다는 ‘굵은 소리’를 하자. 오늘을 최상의 가치로 만들 수 있는 격려와 배려와 칭찬과 사랑이 듬뿍 담긴 ‘현금’과 같은 말이 바로 ‘굵은 소리’이다. ‘굵은 소리’하는 사회를 만들어 어른들은 존경과 권위를 찾고 다음 세대들은 희망과 용기를 품으며 부부와 이웃과 동료 간에는 좋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새소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이 새 메시지인 ‘굵은 소리’로 손녀들을 격려하기 위하여 놀이터로 달려가며 수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