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통일시대 파주를 설계하자

입력 : 2017-07-05 23:06:34
수정 : 2017-07-05 23:06:34


전향규
THE ZENITH 발행인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 목사님께서 얼마 전 이런 설교를 하셨다.
전국의 많은 목회자들과 식사를 할 일이 있었는데, 마침 그 자리에 남쪽 지방에서 시무중인 한 목사님이 대뜸 그랬단다.

이곳 파주는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위험할텐데, 목사님은 대단하십니다… 그래서 우리교회 목사님이 이렇게 웃으며 대답했단다. 전쟁이 일어나면 저 밑에 남쪽 사람들 보기에는 접경지역 파주가 가장 위험스러워 보이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안전한 곳이 파주라는 것을 모르고 계셨군요. 우리 교회 목사님의 일갈에 의아해한 그 지방 목사님에게 전쟁이 일어나면 왜 파주가 가장 안전한 곳인지를 설명해주었다.

요즘은 전쟁이 일어나면 총들고 떼지어서 몰려오던 6.25때 같은 그런 전쟁이 아니고 위에서 꽝~~ 꽝~~ 한 방씩 쏴대는 대포 전쟁이 아닙니까? 미사일을 쏘고 곡사포를 쏘고…그런데 그 미사일이나 전차포들이 턱밑 파주에 떨어지겠습니까?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한 대화이기는 하지만 파주는 전쟁이 일어나든 통일이 되든 대한민국에서 가장 희망을 품고 있는 중심도시임을 강조한 말이었을 터다. 기실, 필자에게도 이곳 파주까지 만나러 오는 지인들에게 요즘들어 더 자주 강조하는 말이 있다.

파주만큼 안전하고 살기좋은 곳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김정은이란 놈이 이상한 생각을 먹고 전쟁을 일으킨다면 파주는 일단 안전한 곳일세. 저놈들 미사일을 코 밑에 쏘겠어? 그런 전쟁놀이가 일어나면 절대로 안 될 일이지만,

파주는 그렇다.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터지면 가장 위험하고 불안전한 곳으로 여기는갑다. 불과 10km바깥에 북한군이 총구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이 접경에 살고 있으니 누군들 겁먹지 않을까. 부산에 사는 내 사촌 누이가 이곳까지 다니러 왔다가 하루 자고 내려가면서 하는 말이 많은 남쪽 사람들 염려를 그대로 대변하는 듯 했지만,

“얘야, 간밤에 한 숨도 못 잤다. 밤새도록 대포소리가 윙윙대는 것 같고 탱크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어디 편안하게 잠이 오겠나…” 괜히 불렀다 싶어서 머쓱했지만,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해봐야 그게 먹혀드는 말이었을까.

파주는 이제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심장이 될 것이다. 불과 한 시간 거리의 개성이 그렇고, 또 불과 한 시간 거리의 서울이 그렇듯이 이곳들이 과거와 현재의 수도로 자리했던 곳이지만, 이제 머잖아 반드시 통일이 이루어지면, 그 통일 대한민국의 중심은 누가 뭐라해도 파주가 심장이 된다. 그래서 이곳 파주는 여타 어떤 도시들 보다도 진취적 비전과 현대사회의 4차원적 철학을 가져야하는 명제를 부여받았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파주는 단순히 전원도시가 아니다. 접경지역이라 해서 군사도시라는 오명도 벗었다. 이곳에 현대문화가 들어오고 미래문화가 진입하고 있다. 현대문화와 미래문화는 바로 ‘사람’이다.

건설적인 생각들이 들어오고 실현가능성 높은 이벤트가 하나 둘씩 정착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저 넒은 시 경계(境界)가 부족해보일 정도로 인성이 들어오고 기획이 들어오지만, 그런데 정작 이를 담아야 하는 파주의 질그릇은 왜 저렇게 왜소해 보일까. 과연 통일시대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만한 그릇이 될 수 있을까.

과연 파주의 기관을 조작하는 선장과 항해사 그리고 주요 선원들이 순항의 통일시대에 대비한 비전과 꿈을 가진 조직들로 구성되어 있을까. 행여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닐까.

품격 있고 위엄 있으며 남다른 자존감을 가진 파주가 역사와 전통의 궤를 4차원적 문화도시로, 통일시대 중심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모든 기관이 협력하고 상생하며 주인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가당찮은 기획에 머물고 말 것이다.

시들시들해지는 출판단지의 새로운 붐 조성이 필요하고 헤이리예술마을을 재건해야 하며 오명가운데 여전히 명맥을 유지해가고 있는 파주 용주골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있는둥 마는둥 하는 한국예총 산하 조직들이 다시 사심없이 살아나야 하고 파평윤씨(尹氏)집성도시라는 편견도 이제 걷어야 할 때다.

남쪽 끝 해남에서 이곳으로 전입오게 해야 하고 숨막히는 서울의 탈출구가 파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파주는 결코 위험하고 불안한 도시가 아니라 곧 있을 통일시대 대비 중심도시라는 자존감 높은 웅변이 필요한 때이다.

전향규
전 서울신문 기자/KBS출입기자/KBS시청자위원회 네트워크 사무총장/THE ZENITH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