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파주 연다산동 한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의심신고 된 어미돼지가 폐사했다. 다음날인 9월 17은 이 돼지가 확진됨으로써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서 최초로 발생한 날이됐다.
이후 파주에서 5건, 연천 2건, 김포 2건, 인천 강화 5건 등 총 14건의 발병이 확인됐다. 첫 발병 당시 파주에는 96농가가 11만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수매·살처분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돼 총 110농가 12만5000여두로 늘어났다.
9.16일 연다산동, 9.23일 적성 자장리, 10. 2일 파평 마산리와 주월리에서 발병됐는데 적성 주월리 발생농장은 고양시 주민이 주말농장식으로 19마리를 비닐하우스에서 기르다가 발병돼 멀쩡한 주변농장에서 수천마리를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경우도 됐다. 이후 10. 3일 문산 마정리에서 5차 발병이 최종 확인됐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취재하면서 의외였던 점은, 양돈농가 외에도 시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집에서 애완용 돼지를 적게는 한두 마리에서 많게는 십 여 마리씩 기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는 이동중지 기간 중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야간에 몰래 애완 돼지를 관외로 이동시켜 방역당국을 긴장시킨 사상 초유의 빗나간 동물사랑을 보여준 사례도 있었지만 다음날 경찰수사 결과 고양시 모처에 보관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복돼지를 기르다가 자녀 결혼을 앞두고 보내야만 하는 사정과 입식 2달만에 살처분 광경을 본 농장주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로 인해 생긴 안타까운 사연들을 당시 방역에 몸담았던 사람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파주는 지난 2011년 구제역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기억이 있다. 이제 그때의 아픔이 희미해져가는 중에 그보다 더 큰 시련이 파주를 덮쳤다.
당시에도 구제역으로 인해 많은 양돈농가가 재기하지 못하고 폐업했는데 모든 돼지를 수매 또는 살처분하게 된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농가가 생계수단을 잃을지 걱정된다.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파주와 김포에 이어 연천지역의 모든 돼지를 수매·살처분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지역 양돈농가와 전국한돈협회회원들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신속한 처리 방침에 이제 이번 주가 지나고 파주에서 돼지를 다시 보려면 1~2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명확한 감염경로가 아직도 밝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멧돼지가 전파매체로 의심되고 정부가 뒤늦게 이를 막기 위해 나서자 양돈농가의 분노와 허탈은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 환경부는 발생지역을 제외한 경계지역 등에서 대대적인 멧돼지 사살 및 포획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하루에 600여 마리가 사살·포획되어 매몰되고 있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자연숙주인 멧돼지 사체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남에 따라 급격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멧돼지 섬멸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그나마 파주지역은 48시간 동안 민통선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멧돼지 사살허가가 난 상태이다. 멧돼지는 특성상 이동반경이 넓지 않지만 총소리에 놀라거나 가을철 번식기에는 그 이동거리가 확장되기 때문에 확산을 우려해 내려진 결정이다.
이제, 정부가 양돈농가들을 위해 나설 때이다.
다행히 정부는 사육중인 돼지를 살처분한 농장에 보상금을 100% 시가로 지급키로 했다. 최대 337만원의 생계안정자금도 지원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농가들이 재입식을 해 정상적인 생업에 종사할 수 있기까지는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 이상이 걸린다는 게 농가들의 생각이다. 이를 고려해 한발 더 나아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자식같이 기르던 돼지가 살처분 당하는 모습을 본 농가 및 관계자와 종사자들이 파주시 보건소에서 마련한 외상후스트레스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 숫자가 이미 20여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모든 상처가 치유되고 파주에서 다시 돼지를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