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사람은 자아가 형성되고 나이를 먹게 되면 자신의 안에 심히 두렵고 참혹한 모습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하는데 그 때가 되면 자신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무질서하고 충동적이고 방탕하며 얼마나 가식적이고 불안정하고 유별난지 알게 된다고 한다.
반면,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대부분 책임감이 있고 논리적이며 자기혐오나 강박증이 없으며 배우자와 자기 인생을 별 불만 없이 즐겁게 살아가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한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런 두 가지 인식의 간극이 느껴질 때 사람들은 심적 충격이 받는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다 멀쩡한데 자신만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고립감은 사람을 당혹스럽고 고통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흔히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한 마음과 행동을 미덕으로 여기곤 한다.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완벽한 정답도 아니다. 자칫 돌이키거나 치유 불가능한 상실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타인에게 관대한 것처럼 자신에게도 관대할 필요가 있다.
“나만 불안정하고 유별난 것이 아니라 타인들도 완벽하게 안정적이거나 어지간하지 않다. 그들도 나를 볼 때 자기혐오나 강박증이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내가 타인의 삶을 엄격하게 바라볼 필요나 이유가 없는 것처럼 그들도 내 삶을 그렇게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비슷하다.아주 조그마한 차이가 있다면 그건 자신과 타인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동쪽의 새벽하늘이 모처럼 맑았다. 구름에 갇히지 않은 햇살은 오랜만에 나뭇가지 사이로 힘차게 통과하였다. 무섭게 퍼붓던 폭우와 폭염에서 이제 어느 정도는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쪽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의 하늘과 땅 그리고 강과 바다는 여전히 짙은 구름 속에 갇혀있었다.
햇살은 아직 그곳까지 닿지 못한다. 비가 내리고 있겠지만 구름이 흩어지고 나면 그곳에도 찬란한 햇살이 내릴 것이다. 하늘은 언제나 맑고 푸르다. 구름은 아주 잠시 그 하늘을 가릴 수 있을 뿐이다. 구름을 볼 것이냐 아니면 구름에 가려진 하늘을 볼 것이냐에 따라 완벽하게 닫힌 마음으로 음습하고 불쾌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고 반대로 햇살이 드는 창이 달린 마음으로 밝고 쾌적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이는 아주 조그마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세상에 자신과 아주 다른 사람은 없다. 세상의 다른 사람을 나와 아주 다르게 볼 필요도 없다. 때로는 내게도 관대해야 할 이유다.